[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은행권이 앞다퉈 올해 경영전략으로 `착한 금융`을 들고 나왔다. 지난해 각종 사건사고로 땅에 떨어진 이미지를 만회하고 중소기업 지원과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는 박근혜 당선인의 금융정책과 맥을 같이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같은 흐름과는 달리 과도한 착한 금융 실천이 은행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신용도에도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제기돼 주목된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각 은행들은 소비자 보호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중기 대출을 늘리는 등 일제히 `평판 리스크`를 관리하고 나섰다.
'평판리스크(Reputational Risk)'란 금융회사에 대한 외부의 부정적 여론 때문에 시장에서 신뢰를 상실해 발생하는 위험을 일컫는 용어다.
◇소비자 보호부서 신설 '봇물'..`평판리스크` 관리
지난해 대출서류 조작, 학력차별, CD금리 담합 등으로 홍역을 치른 은행들은 이미지 만회가 시급하다고 판단, '소비자 중심'의 체제 개편을 서둘러 단행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참금융추진팀'을 신설했고, 국민은행도 경영관리그룹으로 소속으로 '금융소비자보호부'를 설치했다.
올들어 하나와 외환, 농협은행이 잇따라 금융소비자 보호 부서를 신설했으며, 신한은행은 고객만족도 관리지표인 '소비자보호 지수'를 은행권 최초로 도입했다. 기업은행 역시 평판리스크협의회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은행권의 이 같은 움직임은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와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박 당선인과의 코드를 맞추려는 의도도 함께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새 정부와의 코드 맞추기는 이 뿐 아니다. 박 당선인이 '중소기업 대통령'을 표방하고 나서자 은행권은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2013기업스마트론'을 내놓고 총 한도 3조원중 2조2000억원을 중소기업에 배정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에 8조2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책을 내놨다.
국민은행은 유망 중소기업을 발굴해 금융지원을 확대할 계획이고 기업은행은 올해 중소기업 지원 한도를 36조원에서 38조원으로 늘렸다.
◇하우스푸어 대책 등 일정부분 손실 안아야..신용도 하락 우려
문제는 은행권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인 하우스 푸어 대책이 채권자와 채무자가 손실을 나눠 갖는 방향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은행들이 일정부분 손실을 떠안게 될 전망이다.
은행 관계자들은 말을 아끼면서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구체적인 방안이 정해지지 않아 아직 평가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라면서도 "은행의 손실 분담으로 인한 불안감은 있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은행도 결국 수익을 내야하는 기업인데 안 그래도 어려운 시기에 공익적 요구가 늘어나면서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이 가계부채 위기 극복을 위해 일정 부분 고통 분담을 하게 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더 큰 리스크를 막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고 진단했다.
일부에서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은행권 수익성과 신용도 관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대표적이다.
최영일 무디스 부사장 겸 수석애널리스트는 최근 한 보고서에서 "한국 금융감독당국이 금융소비자 보호에 중점을 두면서 앞으로 은행의 수수료 인하 및 마진 축소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는 은행 신용도에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최 부사장은 그러면서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와 감사원의 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일부 소비자단체가 은행을 상대로 불공정거래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며 "최근 감독 당국의 감독 방향으로 인해 은행들은 잠재적 소송 및 평판 위험에도 노출됐다"고 은행권의 `평판리스크` 관리가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