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지고 웃기고' 한국형 홈쇼핑 아시아서 '잘 나가네'

입력 : 2013-01-16 오후 4:22:04
[뉴스토마토 정헌철기자] 지난해 10월5일 태국의 24시간 홈쇼핑 채널에 15명의 방청객부대가 등장했다.
 
한국의 인기 주방 브랜드 '셰프라인'의 프라이팬 방송에 등장한 방청객들은 달걀 프라이가 팬에 눌어붙지 않고 프라이팬 겉에 눌어버린 양념 찌꺼기가 손쉽게 벗겨지는 시연을 보며 탄성과 박수를 보낸다.
 
흡사 한국 홈쇼핑을 보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이 방송은 GS(078930)샵과 태국 유력 미디어기업 등이 합작해서 설립한 홈쇼핑기업 '트루GS'의 방송이다. 이날 세프라인은 매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K팝 따라 하기에 머물던 아시아의 한류가 홈쇼핑 한류로 이어지고 있다. 홈쇼핑사들이 버라이어티하고 다이나믹한 한국식 홈쇼핑 방송과 우수한 한국의 중소기업 상품을 무기로 아시아 각국에서 홈쇼핑 한류를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홈쇼핑 진행 스타일도 기존 미국형에서 한국형으로 변모하고 있다.
 
미국형 진행 방식은 짧은 상품 설명과 장점, 시연 위주 방식으로 상품 정보전달에 충실한 반면 한국식은 상품 정보전달은 물론 상품의 가치, 트렌드 소개 등 스토리텔링을 통해 상품과 가치를 함께 판매하는 방식이다.
 
또 쇼적인 방송진행방식을 접목시켜 쇼퍼테인먼트 상품판매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한국형 진행방식이 정착하기까지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이현욱 트루GS 방송기획팀장은 "영화 옹박 때문에 태국 사람들이 매우 격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실제와 다르다"며 "실제 태국 사람들은 매우 차분하고 얌전하고 순해서 개국 초기에 다이나믹한 한국 홈쇼핑을 흉내 내는데 매우 애를 먹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쇼핑호스트들은 목소리 톤도 높고, 호들갑을 떨기 좋아하며 감탄사를 연발하고 몸짓도 큰데 반해 태국 쇼핑호스트들은 아나운서처럼 차분한 설명 위주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쇼핑호스트들에게 아나운서가 아닌 세일즈맨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결과, 1년이 지난 지금은 태국과 한국의 쇼핑호스트들 간에 차이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됐다. 코믹하고 망가지는 캐릭터까지 완벽하게 소화해 낸다.
 
'트루GS'는 지난 1년간 5억바트의 매출(약 180억원)을 올리며 태국 시장에 안착한 상태다.
 
GS샵이 1995년 개국 첫해 13억원, 이듬해인 1996년 143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실적이다.
 
특히 개국 직후 태국의 유례없는 홍수 때문에 약 2~3달간 정상적으로 영업활동을 펼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고무적이다.
 
현재 트루GS의 월평균 성장률은 25% 수준으로 지난해 10월에는 월간 BEP도 달성했다. GS샵은 올해 더욱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연간 BEP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CJ오쇼핑(035760)도 한국형 홈쇼핑으로 성공한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해 7월에 개국한 베트남 SCJ에서는 국내 중소기업 (주)부원생활가전의 '도깨비 방망이'가 2012년 10월 말 기준으로 누적 판매 수량 1만1000개, 누적 매출 8억6000만원을 기록하며 히트상품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제조업체 직원이 직접 출연해 인기를 모은 베트남 SCJ 방송 모습.
 
한국 상품은 품질이 좋고 잔고장이 적다는 이미지와 베트남 홈쇼핑에선 볼 수 없었던 꼼꼼한 시연을 통해 현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끈 것이다.
 
도깨비 방망이는 베트남 현지 방송 중 한국 제조업체 직원이 직접 출연해 한국 요리 시연을 보여주고 스튜디오와 제품 겉면에 한국어로 상품명을 기입해줌으로써 베트남 고객들에게 신뢰를 얻었다.
 
단순 상품 설명에만 치중했던 기존 베트남 홈쇼핑 방송의 틀을 깨고 고객들의 눈을 사로잡는 다양한 요리 시연을 보여주며 재미요소를 제공한 것이다.
 
도깨비방망이는 지난해 6월 오픈한 태국 GCJ에서도 이미 1억원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글로벌 히트상품이 되고 있다.
 
이처럼 베트남 SCJ는 기존 베트남 홈쇼핑 방송이 드라이한 상품 설명만을 제공하던 인포머셜 형태였던 상황에서 한국 홈쇼핑 방송의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채용해 '재미있는 방송'의 이미지를 심어줬다.
 
다양한 컨텐츠를 가미해 상품 판매와 더불어 패션쇼, 요리교습, 트렌드 프로그램 등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방송 방식으로 고객들에게 쇼핑의 즐거움과 간접 체험을 전달하고 방송 집중도도 높였다.
 
주방용품 '해피콜 양면팬'의 경우에도, 방송 중 한국 직원이 직접 양면팬으로 다양한 요리를 보여주는 등 현지에서는 신선한 마케팅 전략 덕분에 2012년 10월 말 기준으로 총 판매 수량 6000개, 누적 매출 3억원을 올리며 히트상품 8위를 차지했다.
 
인도 스타CJ에서는 인도 특유의 식문화를 고려한 조리 도구 상품을 선보여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2011년 1월 론칭한 '키친아트의 직화 오븐'은 중앙으로 유입된 직화열을 조리공간에서 순환시켜 입체적으로 요리하는 컨벡션 오븐 개념의 제품으로 난(인도식 빵), 탄두리 치킨 등 인도 전통 구이 요리를 가정에서도 손쉽게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조리기구다.
 
2009년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이 제품은 인도에서 론칭 2개월 만에 2만 세트 이상이 판매됐으며, 2012년 3월까지 총 4만 개의 판매고를 올리는 성과를 올렸다.
 
이 상품은 특히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과 낮은 브랜드 인지도를 극복하기 위해 인도 최고의 스타 셰프인 산지브 카푸르를 내세워 인도 전통 요리를 만드는 장면을 시연한 것이 주요한 성공 요인이 됐다.
 
론칭 방송을 준비하기 위해 CJ오쇼핑은 키친아트 전문 시연팀을 초빙해 출연진에게 3박4일간의 특별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한국 홈쇼핑 방송 특유의 요리 시연과 연예인급 유명 요리사의 신뢰도 있는 설명으로 인해 인도 고객들의 가격 저항은 눈 녹듯 사그라졌다. 또한 급격한 도시화와 함께 사라졌던 인도 전통 오븐을 저렴한 가격에 대체할 수 있었던 것도 주요한 성공 요인이 됐다.
 
최근엔 한류 드라마 인기 열풍 타고 '럭스앤버그'가 중국 홈쇼핑 시장에서 화제다. 올 여름 드라마 '신사의 품격' 여주인공 서이수의 가방으로 등장한 럭스앤버그의 '엠클래식 백' 모델이 한국 드라마의 한류 열풍을 타고 해외에까지 입소문이 퍼진 것이다.
 
한국 드라마에서 유명 한국 여배우가 들었던 바로 그 가방이라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상품에 대한 호감도를 높일 수 있었다. 지난 8월 중국 동방CJ에서 론칭한 '엠클래식 백'은 주문금액 8억원, 방송 시작 30분 만에 매진을 기록하며 완판 가방에 등극했다.
 
신장영 CJ IMC 상무는 "각 나라의 문화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해외 홈쇼핑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비결은 '가장 한국적인 상품'을 '한국적인 마케팅'으로 어필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며 "스튜디오 세팅이나 상품 포장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 한국 원산지 제품이라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현지 고객들에게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트남에 롯데닷비엣으로 진출한 롯데홈쇼핑도 홈쇼핑이 생소한 시장에서 롯데라는 브랜드의 파워와 그 브랜드를 통한 가치 높은 상품을 진행함으로써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
 
베트남 현지법인 쇼호스트 본사 방문이나 당사 PD, 쇼호스트와의 교류를 통한 교육의 효과로 새로운 시장에 대한 판로를 찾아가고 있다. 한국의 홈쇼핑 방송 노하우를 접함으로써 베트남에 롯데 브랜드뿐만 아니라 한국이라는 국가적 브랜드도 알리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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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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