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긴급수혈' 나선 퀄컴.."삼성전자 독주에 견제구"

삼성-퀄컴, 모바일 AP 시장 패권 놓고 경쟁 가열.."올해가 정점"

입력 : 2013-01-22 오후 3:26:50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세계 최대의 모바일 반도체 업체인 퀄컴이 2300만달러(260억여원)를 팬택에 투자하기로 전격 결정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모바일 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무서운 기세로 추격하는 것에 대한 견제의 의미가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팬택에 대한 퀄컴의 이번 '긴급수혈'은 모바일 AP 및 무선통신칩 시장에서 퀄컴의 점유율 및 로열티 수익을 보다 안정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분석된다. 신주 인수를 통해 퀄컴이 팬택 최대 주주에 오르게 되는 의미도 크지만, 투자 규모가 그리 큰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구제금융' 수준의 조치로 봐야 한다는 견해다.
 
특히 ‘스마트폰의 뇌’로 불리는 AP·통신칩 시장은 전통적으로 퀄컴의 텃밭이었지만 최근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시리즈를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을 급격히 끌어올리면서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퀄컴 입장에선 고객사의 '생존'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부터 컬컴의 주요 고객사인 HTC, 모토로라, 노키아 등 대형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급격한 판매 부진으로 인해 비상이 걸렸다. 이들 업체의 실적 부진은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의 대성공이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애플과 삼성이 시장을 양분하면서 상대적 빈곤은 커졌다. 
 
일례로 퀄컴의 주요 고객사이자 스마트폰 라인업을 퀄컴 AP에 의존하고 있는 HTC의 경우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반토막으로 내려앉았다. 시장조사기관 IHS서플라이에 따르면 HTC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5%로 전년(9%)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국내에서는 팬택의 베가R3, LG전자의 옵티머스G 등 하이엔드 전략 스마트폰에 퀄컴의 AP ‘스냅드래곤S4 프로’가 탑재됐지만, 이 역시 양사를 합쳐 지난 한해 시장 점유율이 3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삼성전자는 상반기 60%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한 데 이어 3분기에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70%마저 돌파했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AP를 사용하는 아이폰5마저 가세하면서 국내외적으로 퀄컴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통합칩 분야에서는 퀄컴이 61.2%로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독립 AP 분야에서는 삼성전자가 73.7%의 시장 점유율로 맞서고 있다. 전체 모바일 AP 시장점유율은 퀄컴이 43.7%, 삼성전자가 25.3%로 점점 점유율 차이가 좁혀지고 있는 상황.
 
물론 퀄컴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모두에 핵심부품인 통신용 칩을 공급한다. 양사 모두 퀄컴의 고객인 셈이다. 다만 삼성의 경우 자체적으로 통신칩을 개발 중에 있기 때문에 퀄컴으로서는 고객인 동시에 '미래의 적'이나 다름 없다.
 
특히 삼성전자가 지난해 국내용 갤럭시S3 롱텀에볼루션(LTE) 모델에 자체 개발한 통신 칩을 탑재해 퀄컴의 간담을 서늘케 하기도 했다. 삼성이 자체 통신칩 상용화에 성공해 AP와 통신칩을 결합 패키징 형태로 판매할 경우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이 퀄컴의 지위를 위협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같은 조바심을 드러내듯 최근 폴 제이컵스 퀄컴 회장은 삼성이 이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3에서 공개한 차세대 AP '엑시노스5 옥타코어'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쏟아내기도 했다. 
 
그는 "엑시노스5 옥타는 고성능 코어의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추가로 4개 코어를 장착했을 뿐 한번에 8개 코어가 모두 구동되지 않는다"며 '옥타 코어'라는 명명방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국내 대형 제조사의 한 관계자는 "퀄컴 칩이 삼성 엑시노스 칩에 성능면에서 밀리고 있다는 평가를 감안할 때 삼성 옥타코어에 대해 퀄컴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며 "두 회사의 AP 성능 대결은 올해부터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샌디에고에 위치한 퀄컴 본사.(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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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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