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삼성전자(005930)와 반도체 근로자 직업병 유가족 지원단체인 '반올림'이 대화에 나서기로 하면서 6년을 끌어온 백혈병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은 22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삼성전자 대화 제의에 대한 경과보고 및 입장표명'이란 주제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삼성전자의 대화 제의를 공식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반올림은 이날 간담회에서 "이제 막 실무 협상단이 구성됐고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며 "아직 협의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반올림과의 본격적인 대화 진행을 위해 DS사업부 인사팀 임원과 사내 변호사를 협의 담당자로 지정하고, 이들을 통해 대화 의제와 범위, 원칙, 방식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반올림은 22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간담회를 열고 삼성전자의 대화 제의를 공식 수용하겠다고 밝혔다.(출처: 반올림)
◇삼성의 대화 제의 있기까지..경과 들여다보니
삼성전자가 반올림 측에 대화를 제안한 것은 지난해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말 백혈병 소송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는 피해자 유가족에게 법원 조정을 요구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 삼성전자는 원고측에 처음으로 대화를 제의했다.
김종중 삼성전자 부품(DS)사업부문 사장은 문서를 통해 "삼성전자는 백혈병 발병자와 유가족의 고통과 어려움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대화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또 "조속한 시일내에 만남의 자리가 마련돼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반올림은 지난 12월20일 삼성 반도체공장 직업병 피해 근로자들의 대표 단체 자격으로 삼성의 대화 제의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3주에 가까운 시간이 되도록 삼성 측이 구체적인 대화 시간과 장소에 대해 답변하지 않자 반올림은 지난 4일 삼성에 공식 입장을 촉구하는 입장을 전했고, 이에 삼성전자는 17일 "삼성전자는 백혈병 발병자와 유가족을 직접 만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며 "합당한 대표단을 구성하여 대화에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반올림측에 전해왔다.
◇반올림 "협상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 필요"
삼성전자와 반올림의 첫 공식 대화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반올림 관계자는 "하루이틀 내로 협상 일정과 주요 안건을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백혈병 환자 및 유가족들과 충분한 토론을 통해 어떤 안건을 다룰 것인지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무 협상에서는 반도체공장 백혈병 환자들을 직업병으로 인정해줄 것인지 여부가 가장 뜨거운 쟁점이다. 산업재해 인정 여부의 첫걸음이기 때문.
반올림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대화 제의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어떤 맥락에서 적극적인 것인지는 대화를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협상에서 삼성전자가 반올림 측에 소송과정에 일절 개입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고, 이에 반올림은 "소송과 상관없이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그간 반올림의 의도적 목적을 경계시하며 유가족과 직접 대화를 원해왔었다. 제3자를 제외, 당사자 간 직접 만나 문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하겠다는 게 삼성전자의 한결 같은 주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