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윗줄 왼쪽부터 어윤대 KB금융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신동규 농협금융 회장,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박근혜 정부의 출범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 영향력 하에서 벗어나기 힘든 금융권 최고경영자(CEO)의 거취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박 대통령 당선인이 낙하산 인사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임기가 남았더라도 경영능력 등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중도 퇴출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의 임기는 오는 7월부터 내년 상반기에 몰려 있다.
이 가운데 금융권의 시선을 가장 받는 CEO는 어윤대, 이팔성, 강만수 회장이다. 이들은 현 정권에서 선임된 대표적인 '친 MB그룹'으로 분류되며, 선임 당시에도 낙하산 인사 논란이 뜨거웠다.
박 당선인이 최근 "공기업 등에 전문성 없는 인사를 내보낸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밝힌터라 이들 CEO는 좌불안석이다. 업무 실적, 경영 능력 등 객관적 기준에 따라 퇴출 대상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윤대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고려대학교 동문이며, 현 정부의 국가브랜드위원장을 맡았었다. 지난 2010년 KB회장으로 취임해 KB금융의 리더십 공백기를 메우고, 조직 체질개선에 적극 나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가 무산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측면에서는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음달 한달간 금융감독원은 KB와 계열사에 대해 정기검사를 진행할 예정이어서 검사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어도 전격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임기가 6개월 남은 시점에서 차기 정부가 무리하게 CEO를 교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현 정부의 핵심 인맥으로 알려져 있다. 그 역시 이 대통령과 고려대 동문으로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향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지난 2008년 6월 취임한 뒤 2011년 3월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재임하는 동안 독자 민영화, 매트릭스 도입이 줄줄이 연기됐으나 최근 우리카드 분사와
금호종금(010050) 인수 추진하는 등 민영화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예금보험공사가 약 57%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 정부의 입김이 셀 수밖에 없다.
현 정부에서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은 강만수 KDB산은지주 회장은 내년 3월 임기를 앞두고 있다. 강 회장이 KDB산은지주의 민영화를 추진할 적임자란 평가를 받았지만 결국 기업공개가 무산되면서 역할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강 회장의 사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MB맨'의 대표격이어서 임기와 상관없이 정권과 함께 마무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내년 3월 임기가 같이 끝나는 이팔성 회장의 경우도 엇비슷한 전망이 흘러나온다.
취임 초기부터 낙하산 논란으로 노조의 거센 반발을 샀던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도 현정부의 사람이다. 지난해 6월 취임한 신 회장은 수출입은행장과 은행연합회장을 거쳐 이명박 정부의 인수위원회에서 경제1분과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신 회장의 내년 6월까지 임기가 남아있다. 다른 금융지주 회장보다 상대적으로 임기가 길게 남아 있어 부담스럽지만, 취임 초기인 점을 감안해 리더십에 대한 평가의 시간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정치색이 가장 옅은 CEO로 분류된다. 하나금융에선 MB맨으로 분류된 김승유 전 회장이 물러났고, 한 회장 역시 신한 내부 출신인데다가 2010년 신한사태 이후 조직을 대폭 재정비한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금융지주 회장들이 대거 교체된 전례가 있지만 이번에는 (보수진영이 정권을 유지함에 따라) 상황이 다르다"며 "하지만 박 당선인이 낙하산 인사를 부정적으로 언급해온 만큼 일정수준의 교체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