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남숙기자] 애플의 실적 쇼크가 중기적으로 국내 IT주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해 주당 700달러를 웃돌았던 애플의 주가는 최근 400달러대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이같은 애플의 추락세와 달리 국내 IT주의 주가는 애플과 디커플링(탈동조화)이 기대된다는 판단이다.
23일(현지시간) 애플은 1분기(10~12월) 순이익이 131억달러, 주당순이익 13.81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 대비 18% 가량 늘어난 545억1000만달러를 기록했지만 시장 전망치인 547억3000만달러를 하회했다.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 뿐 아니라 투자자들은 애플의 수익 성장률이 거의 제로(0)에 가깝다는 데 실망했다.
2분기 매출액 가이던스도 예상치인 455억달러를 밑도는 410억~430억달러로 제시하며 시간외 거래에서 10% 이상 곤두박질 쳤다.
24일 국내 IT주도 업황 위축 우려에 따른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 업종 지수가 1% 넘게 내리는 등 휘청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증권가에서는 애플 쇼크가 국내 IT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이폰5의 판매 부진으로 인해 애플에 납품하는 국내 부품업체들에게는 부정적일 수 있지만 이미 주가에 대부분 반영됐다는게 이유다.
박상현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1분기 실적 우려가 국내 애플 부품업체 주가에 대부분 반영됐다"고 판단했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도 "애플의 실적 모멘텀이 이전보다 약해진 것이 숫자로 보여지고 있지만 이를 반영해 애플 관련주의 실적을 선제적으로 하향 조정한 상태고 주가도 선행해서 충분히 조정받았다"고 분석했다.
이날 장 마감 후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내놓은
LG디스플레이(034220)는 영업이익이 5872억원을 기록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공시했다.
박 연구위원은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에도 적자 가능성이 없고 1분기를 바닥으로 빠르게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IT 업황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대표 기업인 애플과 인텔 등의 주가 약세가 IT 기업 전반의 실적 불확실성을 자극하는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그러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완만한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고, G2(미국과 중국)를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회복세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실적과 업황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현준 동부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경우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모바일 메모리 수요가 빠르게 증가해 애플 수요 감소를 상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호상 삼성선물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한국 시장에는 애플 관련 부품주 위주로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구글의 실적 개선과 애플의 판매 실적 부진은
삼성전자(005930) 등 안드로이드 진영에 이 같은 부정적 요소를 일정 부분 상쇄할 요인을 제공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지난해 4분기 확정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둔 삼성전자의 반등도 기대해 볼 만하다.
지난해 4분기 판매량에서 삼성전자는 아이폰5 효과를 노린 애플보다 1000만대이상 스마트폰을 더 판매했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판매 확대를 위해 저가형,대화면 아이폰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기존 전략을 수정하고 삼성의 전략을 추구하는 것이 애플의 상징성을 크게 훼손시킬 수 있다"며 "경쟁업체가 삼성전자의 독주를 막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애플 주가 추이>
(자료: 대신증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