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절안되는 '제약리베이트')칼 빼든 檢, 공공연한 '비밀' 도려낸다

(기획)①제약·의료업계 책임 떠밀기 급급.."비판 여론 고조"

입력 : 2013-01-31 오전 10:53:29
[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연초부터 의료계와 제약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검찰이 ‘제약 리베이트’ 수사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동아제약과 CJ제일제당 제약 등 매출 상위 대형제약사들이 주요 타깃이어서 업계는 더욱 긴장하고 있다. 약을 만들어 판매하는 제약사와 이 약을 처방하는 의사간 은밀한 거래는 지금까지 공공연한 비밀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불편한 진실을 제대로 드러내고, 불법적 관행을 끊어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최근 검찰 수사를 계기로 리베이트가 만연하게된 구조적인 문제를 살펴보고, 돈 거래에 의한 약 선택이 아닌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약을 처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제약업계와 의료업계간 암묵적 리베이트 관행이 수면 위로 떠 오른 건 올 초 검찰이 이 부분에 대해 본격적으로 칼을 들이대면서부터다.
  
하지만 제약업계와 의료업계는 서로 책임을 미루며 공방을 벌이고 있어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31일 업계와 검찰에 따르면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은 지난 10일 동아제약(000640)의 리베이트 규모가 전국 1400여개 병·의원에 48억원 수준이며, 그 수법도 은밀하게 진행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9월 퇴직 영업사원의 내부 고발에 따른 동아제약 본사 전격 압수수색 이후 4개월 만에 드러난 내용이다.
 
◇檢, 드디어 '공공연한 비밀' 리베이트에 '메스'
 
동아제약의 리베이트는 철저하게 에이전시를 통해 이뤄졌다. 수사반에 따르면 에이전시는 병·의원에 인테리어 공사비 대납, 의료기기 제공, 병원 홈페이지 제작 및 병원 광고료까지 대납했다.
 
심지어 자녀 어학연수비, 의사 가족 여행, 명품시계, 오디오세트 등을 제공한 것으로 수사반은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김원배 동아제약 사장도 조사를 받았다.
 
1월 중순에는 경찰이 나섰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CJ제일제당(097950) 제약사업 부문이 자사 의약품 처방을 대가로 200여명의 의료인에게 45억원 규모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포착, 임직원 10여명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CJ제일제당은 2010년 5월부터 2012년 2월까지 병·의원 의사 및 공중보건의 들에게 법인카드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르는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의약품 판매 촉진을 위해 1000명이 넘는 의사·약사에게 9억여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약사법 위반)로 노병태 대화제약(067080) 대표이사(50)가 불구속 기소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올 들어서만 벌써 3건으로 리베이트 총 금액은 100억원은 넘겼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회장은 "제약사 리베이트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구조적인 문제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오히려 큰 소리를 치고 있는 의사단체와 제약기업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념상실'..의료·제약업계 반성은 커녕 강력 반발
 
리베이트를 주고 받은 제약업계와 의료업계는 반성은커녕 오히려 강력 반발하고 있어 비난 여론을 들끓게 하고 있다.
  
실제로 동아제약 리베이트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의사들을 줄소환하자 대한의사협회는 공개적으로 항의했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동아제약에 보내는 대한의사협회의 공개질의’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항의성 질의문을 올리고 동아제약 측에 의사 줄소환 사태에 대한 대책을 촉구했다.
 
고발된 내용 중 과거 관행적으로 지급한 리베이트도 있지만, 동아제약 직원의 질병교육용으로 콘텐츠를 제작한 대가를 받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동아제약이 교육관련 콘텐츠 회사에 돈을 제공하고, 콘텐츠 회사는 그 돈을 컨텐츠 제작비용으로 의사에게 제공함으로써 리베이트가 성립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동아제약 리베이트 사건을 지켜보는 제약업계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역시 피해자라는 주장이다. 구조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제공은 어쩔 수 없다는 것.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솔직히 원하지 않는데, 누가 (리베이트를) 주겠냐. 쌍벌제가 도입됐다고 하지만, 제약사 영업역시 지능화되고 있다”며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하는데, 영업활동을 안할 수는 없다. 어떻게 보면 우리 역시 피해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상초유 ‘의약품 리베이트’ 환급소송
 
급기야 시민단체는 제약사들을 상대로 의약품 리베이트로 인한 약값 인상분 환급 소송마저 제기했다. 리베이트를 뿌려 자사 약값을 많이 팔았으니, 그 만큼 환자들에게 되돌려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의약품 리베이트 감시운동본부는 지난 28일 서울중앙지법에 의약품 리베이트로 인한 약값 인상분을 환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감시운동본부는 “의약품 리베이트는 의료기관이 가격 경쟁력보다 리베이트에 따라 의약품을 처방·구매하게 만들고 이는 필연적으로 고가약·과잉 처방으로 이어진다”며 “리베이트로 인한 천문학적 건강보험 재정 낭비를 더는 수수방관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날 암환자가 주로 사용하는 5개 제약회사 9개 의약품에 대해 리베이트로 인해 환자가 부당하게 부담한 약값 인상분의 반환을 청구했다.
 
◇의약품리베이트감시운동본부가 28일 프레스센터에서 ‘의약품 리베이트 환급 민사소송’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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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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