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SK하이닉스(000660)가 SK그룹에 편입된 첫 해인 2012년은 적자로 마감했지만 4분기 실적을 통해 향후 성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증명했다.
2011년에 이어 2년 연속 10조원대의 매출 규모를 유지했을 뿐 아니라 모바일 기기 수요 확대에 힘입어 해외 경쟁업체들보다는 선방했다는 평가다.
특히 4분기 실적에서 드러난 모바일향 D램 반도체의 꾸준한 매출 비중 확대는 향후 실적 전망을 밝게 하는 요소다. 업황 침체에 허덕이는 PC용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탈피해 모바일향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실적 포트폴리오로 전환하고 있다는 얘기다.
30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모바일 D램이 전체 D램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10% 초반, 2011년에는 20%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SK그룹에 편입된 2012년 이후로는 모바일 기기 기상이 폭발적인 상승세를 나타내며 지난 4분기 모바일 D램 매출 비중이 40%까지 상승했다.
또 하나의 주력 제품인 낸드플래시의 경우 공급 과잉에 따른 수급 불균형으로 지난해 가격 하락세가 이어졌지만, 일본·대만 등 주요 경쟁업체들이 잇달아 감산을 선언하면서 지난해 말부터 수급상황이 호전되기 시작했다. 4분기에 SK하이닉스는 낸드 출하량을 전 분기 대비 19% 늘리며 선전했다.
원화 절상에 따른 영업이익 피해 규모도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현재는 지난해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수출을 주력으로 삼는 제조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4분기 말 달러대비 원화환율은 1072원으로 이전 분기인 3분기 말 1118원보다 원화가치가 상승하며 우려를 증폭시켰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공격적인 영업 마케팅을 통해 모바일향 고부가가치 제품 매출을 확대하고 미세공정전환을 통한 원가절감에 주력하며 영업이익률을 2%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지난 3분기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은 -1%였다.
SK하이닉스측은 올해도 원화 강세에 따른 피해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재 SK하이닉스는 총 20억 달러 규모의 외화부채를 보유하고 있다"며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 영업이익은 감소하는 단점이 있지만 외화부채가 금액 가치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 순이익 측면에서는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증권업계에서도 SK하이닉스의 올해 실적 전망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PC 시장이 구조적인 약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해 내내 이어진 스마트폰, 태블릿PC 시장 성장세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진단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저가형 및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이 지난해보다 32%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모바일 기기 분야에서 세트 업체들 간의 치열한 스펙 경쟁이 이루어지면서 기기당 메모리(GB/BOX) 성장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까지는 주 고객사 이슈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성이 유효한 만큼 주 고객사 부진이 지속된다는 극단적인 가정 하에서도 메모리 수요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더구나 중국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모바일 칩 패키지(MCP) 시장은 SK하이닉스의 추가적인 실적개선 요인"으로 진단했다.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SK하이닉스 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