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나래기자] 건설사들의 지난해 경영실적(잠정) 발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일부 건설사는 지난해 처음 매출 10조원을 돌파하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확대된 외형에 비해 순이익 규모는 감소하면서 일각에서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해외 플랜트사업 호조로 '연 매출 10조' 클럽 가입
1일 건설업계와 금융정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도 전년과 마찬가지로 해외 수주가 대형건설사들의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해외 플랜트를 비롯한 국내외 전력 및 계열회사 매출 증가로 3년 연속 총 매출 10조원을 돌파한 현대건설은 건설경기 불황속에서도 수주 증가를 이어가며 지난해 연 매출 13조원을 넘어섰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연결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매출은 전년 대비 11.8% 증가한 13조3248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4% 증가한 760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신규 수주는 21조2056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6.7% 증가했다.
지난해 1월 2억5000만달러 규모의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의 발전소 증설 공사를 시작으로, 2월 사우디 변전소 신규 건설 공사(1억2800만달러), 3월 사우디 대형 알루미나 제련 공장 건설 공사(15억200만달러), 카타르 루사일 고속도로 공사(9억8000만달러), 쿠웨이트 해상교량 공사(26억2000만달러) 등 굵직한 공사를 연이어 수주했다.
기존 중동, 동남아 시장뿐만 아니라 중남미 지역에서 대규모 공사를 잇달아 수주하면서 지난해 말 수주잔고는 전년 대비 19.2% 증가한 46조2279억원을 확보했다.
삼성엔지니어링과 대림산업은 해외 플랜트사업 호조로 지난해 처음 매출 10조 클럽에 진입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06년 이후 7년 연속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며 지난해 매출 11조4402억원, 전년 대비 23.1% 상승했다.
지난 한해 아랍에미레이트 카본 블랙 시설(25억달러)과 카자흐스탄 발전사업(20억달러) 공사 등을 따내 국내외에서 13조원의 수주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는 19조원으로 집계됐다.
대림산업도 지난해 연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8% 증가한 10조2533억원을 기록했다.
대림산업은 2011년 수주한 '사우디 쇼와이바2 복합화력발전소'와 '필리핀 페트론 정유공장' 등 대형 사업에서 기성금이 꾸준히 들어왔고, 계열사인 대림자동차, 대림C&S, 오라관광 등의 경영여건도 개선되며 긍정적인 실적을 거뒀다는 분석이다.
특히 석유화학사업부는 이익률이 높은 화학제품 판매증가로 매출이 전년 대비 11% 증가한 1조3041억원을 기록했으며, 석유화학 계열사인 여천 NCC가 대림산업에 1500억원을 배당한 것도 이익 증가에 보탬이 됐다.
◇순이익·영업익, 주택부문 수익성 악화로 '희비'
지난해 대형건설사들의 경영실적을 살펴보면 해외 매출 지속 증가로 외형성장을 이어간 것은 비슷하지만 수익성에서는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실제로 최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국내 증권사들이 내놓은 건설사 실적 전망치를 집계, 평균한 결과, 주식시장에 상장된 7개 대형건설사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조6013억원으로 전년 대비 7.57% 감소했다.
7개 건설사들의 매출액은 81조6208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07%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2011년 3조9017억원에서 3조6040억원으로 7.98% 줄었다.
삼성물산은 순이익 4654억원, 영업이익 4272억원으로 각각 13.8%, 59.9% 늘었다. 대림산업 순이익도 4900억원으로 15.3% 늘어났고, 영업이익은 4893억원으로 12% 증가했다. 삼성엔지니어링 순이익과 영업이익도 각각 1.3% 증가한 5211억원, 16.9% 증가한 7323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건설의 순이익은 5609억원으로 업체들 중 가장 큰 규모지만 이역시 1년 전보다 18.1% 줄어든 수치다.
대우건설은 영업이익 3652억원으로 전년 대비 17.4% 증가를 기록했지만 당기순이익은 2130억원으로 29.71% 하락했다.
대우건설의 순이익 하락은 지난해 2700억원 규모의 노량진 본동 재개발 사업 PF대출을 재개발조합 대신 대우건설이 변제하는 과정에서 600여억원의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4분기 500여억원의 도곡동 오피스 손실 등도 순이익 하락의 원인이 됐다.
GS건설의 지난해 순이익도 2660억원 수준으로 37.77% 감소한 것으로, 현대산업개발도 777억원으로 65.44%나 급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GS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의 영업이익 역시 각각 3190억원, 1837억원으로 46.66%, 54.38%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년과 마찬가지로 해외 매출이 지속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주택부문 수익성 악화가 걸림돌이었다"며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500억원 안팎의 주택관련 손실을 반영하면서 커진 몸집에 비해 내실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