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미래창조과학부, 개념 모호해"

정부조직법 개정안 국회 공청회..방통위 역할 축소에도 '우려'

입력 : 2013-02-05 오후 2:09:39
[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아직도 모호한 개념이다. 현 정부의 지경부 꼴이 날 수 있다.”
 
윤태범 방송통신대 교수는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주최한 공청회에서 이명박 정부 내내 ‘지식경제’가 논란이 됐듯이 박근혜 정부에선 ‘창조경제’가 논란의 중심에 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명칭은 물론 업무영역도 모호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는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새누리당이 최근 발의한 ‘정부조직법 전부개정법률안’에 대해 각계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열렸다.
 
손열 연세대 교수(국제대학원), 윤태범 방송통신대 교수(행정학), 이원희 한경대 교수(행정학), 이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 이창원 한성대 교수(행정학),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 등이 6명이 참석한 가운데 특히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한 우려가 논쟁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미래부에서 일자리 창출 가능할지 의문"
 
특히 윤태범 방송통신대 교수가 날을 세웠다.
 
윤 교수는 “기존 8개 부처가 수행하고 있던 기능을 일부씩 가져다 만든 미래창조과학부의 경우 과학기술, 정보화, 방송, 통신, 원자력, 우정 등 이질적인 기능을 한 그릇에 담았다는 점에서 문제를 갖고 있다”며 “IT관련 부처인지, 과학기술부처인지, 방송관련 부처인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정안은 미래창조과학부의 설치목적을 ‘일자리 창출’과 ‘경제 부흥’이라고 했는데 이게 과연 공룡부처를 만들었다고 해서 이뤄질지도 의문”이라며 “기초과학이 일자리 창출 성과로 바로 이어질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 “모호한 명칭의 부서는 결국 긴 생명력을 갖지 못하는데 현 정부의 지식경제부가 논란 끝에 이번 정부를 마지막으로 종지부를 찍은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며 “지경부도 5년 전 출범할 당시부터 명칭의 모호성 논란이 있었다”고 말했다.
 
◇“방송정책·규제기능 방통위에 존치돼야”
 
윤 교수는 방송통신위원회 역할을 축소시킨 개정안 내용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현정부 아래에서 5년 내내 가장 문제가 심각했던 부분으로 지적돼 온 것이 바로 방송의 공정성, 공공성 침해문제였다”며 “그렇다면 이번 방통 관련 개편안의 핵심은 방송의 공공성과 공영성을 확보하기 위해 방통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개선안이 만들어졌어야 했는데 제시된 안은 이와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이어 “결국은 방통위를 해체해 공영성, 공정성과 핵심적으로 연결되는 주요기능을 독임제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한다는 것인데 방송·통신이 갖는 산업적 기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이것이 결코 방송의 공정성과 공영성을 앞설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합의제 행정위원회로 기능하게 된 방통위 위상에도 우려를 표시하며 “국내에서 행정위원회가 본연의 취지에 맞게 운영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특히 가장 중요한 원칙인 독립성과 합의성 확보가 취약하다는 점에서 방통위를 중앙행정기관에서 합의제 위원회로 변경한 것은 위원회의 근본적 위상 추락을 의미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과도하게 설계된 미래창조과학부의 일부 기능을 전락시키기 보다는 방송과 통신의 공공성과 공영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독립적 규제기구로서 강화시켜야 하고 이를 위해 산업 진흥과 관련된 제한적 기능만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고 방송정책과 규제관련 기능은 방통위에 존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통위에서 미래부로 이관가능 영역은 극히 일부”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도 “규제와 진흥 정책 분리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현재 방통위에서 순수진흥업무를 찾기 힘들다는 사정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방통위에서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될 수 있는 업무 영역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폈다.
 
조 소장은 그러면서 방통위 조직에 남겨야 할 담당과를 일일이 지목하기도 했다.
 
그는 기존 방통위의 ▲방송정책국 전체 ▲이용자보호국 전체 ▲중앙전파관리소 전체가 방통위에 남고 ▲방송통신융합정책실 ▲통신정책국 ▲네트워크정책국 일부도 방통위에 존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파수, 프로그램 편성 규제와 진흥 정책, 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난시청 해소 정책, 방송광고 규제와 미디어렙 인허가 정책은 물론 기간통신사업자의 공익성 심사,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편적 통신서비스 정책, 망 개방과 망 중립성, 망 이용대가 산정, 개인정보 보호정책은 방통위에 맡기자는 주장이다.
 
◇"미래부에 전문성 갖춘 장관 찾기 어려울 것"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해 지켜보자는 여론도 없지 않았다.
 
손열 연세대 교수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컨트롤타워 기능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이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이원희 한경대 교수는 “새정부가 토건 대신 R&D로 간다는 것으로 본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조정과 총괄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지만 재정경제원의 실패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지난 1994년 김영삼 정부가 예산, 조세, 금융, 통화 정책 전반을 집중시킨 재정경제원을 만들었지만 이후 IMF 위기를 불러온 원인으로 지목되는 등 통합·거대부처의 대표적 실패사례로 언급되는 점을 기억하자는 지적이다.
 
반면 김현 민주통합당 의원은 “8개 부처 기능이 통합된 부처인데 이를 맡은 수 있는, 이를 통합할 수 있는 전문성 있는 장관이 있겠는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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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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