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의 입에서는 그 어떠한 말도 나오지 않았다. 현장을 찾을 때마다 적극적인 자세로 상인들의 이야기를 청취하고 의견을 교환하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은 설 명절을 앞두고 5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원동 소재 신원시장을 방문했다.
신원시장은 공정위가 자매결연을 체결한 전통시장이다. 김 위원장이 취임한 후 물가관리기관을 선언한 후 매해 설이나 추석 등 대명절을 앞두고 물가 동향을 점검해 왔다.
아울러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의 공생을 위해 상인들의 애로사항과 정책에 반영하길 원하는 내용을 청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유난히 김 위원장의 입은 무거웠다. 재래시장 활성화로 연결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효성있는 대화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이 '정책 현장을 찾아가라'고 구두 지시를 내린 이후 각 정부부처 수장들이 경쟁적으로 재래시장을 방문했다. '보여주기식' 행정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그러나 이번 김 위원장의 입이 무거워진 것은 좀 다르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오는 25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으로 인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 시기가 시기인만큼 무언가를 의욕적으로 하기 부담스럽고 또 손 놓기도 어려운 '어중간한' 때다. 이는 김 위원장 뿐 아니라 각 정부부처의 수장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내용이다.
김 위원장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자신의 거취문제를 미리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세종시에서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새 정부의 새 경제팀이 꾸려지게 되는데 (내가) 부담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인용하면서 "공직자는 항상 여관에 잠시 머물렀다 떠나는마음가짐으로 일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나도 그 내용을 깊이 새기고 있다"고도 밝혔다.
공정위의 정책방향이 새 정부의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새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때문에 이날 김동수 위원장이 유독 말을 아낀 것은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과 함께 시장을 둘러 본 진병호 전국상인연합회장도 " 2월25일 되면 다른데 가시는 건가요?"라며 김 위원장의 거취를 물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신원시장을) 계속 이용하면 되지요."라며 웃음 지었다.
한편, 지난 2011년 1월 취임해 2년여간 공정위를 이끌어 온 김동수 위원장은 임기가 현재 1년 정도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