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 회장 공백 친정체제로 보완..'따로 또 같이 3.0' 본격 시험대

입력 : 2013-02-06 오후 5:23:20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SK그룹이 6일 후속 임원인사를 단행하며 조직개편을 마무리 지었다.
 
최태원 회장의 핵심측근들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최 회장의 공백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흔들리는 조직 기강을 바로 세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주목받는 인물은 단연 문덕규 신임 SK네트웍스 사장이다. 그는 2003년 분식회계 사태의 실무 책임자(재무지원실장)로 지목돼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그에 대한 최 회장의 신뢰가 여전해 친정 복귀에 담긴 함의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문 사장을 이어 SK E&S를 이끌게 된 유정준 SK G&G추진단 사장도 최 회장의 대표적 측근으로 꼽힌다. 유 사장은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 당시 SK 창구 역할을 맡아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주식회사 사장에는 조대식 SK(주) 재무팀장 겸 자율책임경영지원단장이, SK해운 사장에 백석현 SK해운 전략경영부문장이 승진 발령됐으며, 황규호 SK해운 사장은 SK경영경제연구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또 문종훈 SK M&C 사장은 새롭게 신설되는 수펙스추구협의회 통합사무국장으로 선임됐다.
 
SK브로드밴드와 SK커뮤니케이션즈 신임 수장에는 각각 안승윤 SK텔레콤 전무와 이한상 SK컴즈 COO가 승진 발령되며 기대를 모았다. 다만 당초 이동설이 나돌았던 하성민 SK텔레콤 대표와 서진우 SK플래닛 사장은 유임됐다.
 
여성 임원들의 약진 또한 눈여겨 볼 대목이다. 강선희 SK이노베이션 지속경영본부장이 부사장급으로, 배선경 워커힐 아카데미 원장이 워커힐 운영총괄 사장(전무급)으로 승진했다.
 
또 지난해 글로벌 신약개발 전문가인 크리스토퍼 갤런을 SK바이오팜 CEO로 영입한 데 이어 올해 그룹의 중국 사업을 책임질 SK차이나 CEO에 순즈창 SK차이나 수석부사장을 선임하는 등 외국인 인재 발탁에도 공을 들였다.
 
SK그룹은 이에 대해 “이번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의 또 다른 특징은 우수한 여성인재에 대한 발탁과 외국인 임원의 주요직책 보임으로 대표되는 재능의 다양성(Talent Diversity) 강화”라고 설명했다.
 
SK는 이번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신규 선임 68명을 포함해 총 110명의 임원 승진을 확정했다. 이는 예년 대비 소폭 감소한 수준으로, ‘따로 또 같이 3.0’이라는 새로운 경영체제 정착에 주안점을 뒀다는 평가다.
 
SK는 특히 ‘따로 또 같이 3.0’의 원년을 맞아 새로운 수펙스추구협의회를 구성하는 한편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통한 각 사별 자율과 책임경영을 가속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먼저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전략위원회 위원장에 하성민 사장(SK텔레콤 대표이사 겸직) ▲글로벌성장위원회 위원장에 구자영 부회장(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겸직) ▲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에 김영태 사장 ▲윤리경영위원회 위원장에 정철길 사장(SK C&C 대표이사 겸직) ▲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에 김재열 부회장이 각각 선임됐다.
 
SK는 앞서 지난해 연말 관계사별 독립경영을 강화하는 새로운 경영체제 ‘따로 또 같이 3.0’을 도입하고, 그룹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최태원 회장을 대신해 김창근 의장을 선임한 바 있다. 의장은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인재육성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한다.
 
기존 지주사(회장) 중심의 수직적 위계구조에서 탈피, 수평체제로 전환함과 동시에 각 사에 대한 책임과 자율경영을 강화한 것으로, 논란을 겪고 있는 그룹 지배구조에 있어 최고의 모범답안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물론 이면에는 최 회장의 1심 판결을 앞두고 정치권과 여론을 의식한 선제적 조치로도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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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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