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물가 안정세의 유지와 함께 생산과 투자, 수출 등 최근 일부 실물지표들이 개선되고 있지만 정부의 신중한 태도는 바뀌지 않고 있다. 대내외 변수가 여전히 크기 때문에 아직 '경기가 곧 회복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7일 펴낸 최근경제동향(그린북) 2월호에서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재정지출 자동삭감 협상 및 유럽경제 회복의 지연 등으로, 대내적으로는 소비부진, 환율변동, 투자 개선의 지속여부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상존한다"고 밝혔다.
이형일 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최근 경제회복 모멘텀이 빠르지 않은 상황에서 대내외 충격이 계속돼 왔고, 경기 흐름이 잦은 변화를 겪어 왔다"면서 "그런점에서 지난해에 경기판단에 대한 유보적인 입장이었고, 현재도 그 추세는 비슷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도 상당히 높은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으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던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특히 신중론을 강조해왔다.
지난해 연초까지 연간 경기상황을 상저하고(上低下高)로 예측했지만, 유럽재정위기가 장기화되면서 2분기부터는 상저중저하고(上低中低下高)로 수정했고, 이후에는 아예 예측을 유보하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특히 지난 연말에는 "지금 겪고 있는 위기는 한 지역, 특정분야에 국한된 위기가 아니라 재정시스템의 위기로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라며 "이를 극복하는데는 시일이 많이 걸리고, 저성장의 장기화가 예상된다"고까지 언급했다.
정부가 이처럼 신중론을 재차 강조하고 있는 데에는 개선되고 있는 실물지표들의 신뢰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점도 근거가 되고 있다.
지난 1월 수출의 경우 중국과 아세안으로의 수출호조 등에 힘입어 전년동월대비 11.8%가 증가했고, 무역수지도 8억7000억달러 흑자를 기록해 11개월만에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1월의 경우 지난해에는 설연휴가 끼어 있었고, 올해는 연휴가 2월에 포함돼 있어서 전년대비 비교치에는 조업일수 변화 등 오류가 발생할수밖에 없다. 이는 고용, 소매판매, 설비투자 등의 다른 지표에도 영향을 끼친다.
물가상승률도 1월에 석달연속 1%대로 안정세를 보였지만, 한파와 다가올 설연휴, 석유류가격 변동 등의 외부요인이 커서 쉽게 전망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12월 중 설비투자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투자부진이 계속되고 이에 따른 민간소비 증가세도 둔화되고 있다는 점도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형일 경제분석과장은 "이번달까지는 주로 12월의 숫자를 가지고 판단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 징후가 확산될 것이냐 등은 여러가지 대내외적인 불안요인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 1월과 2월은 설연휴 때문에 (통계의) 착시현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그러나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2월 한국경제 위기설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이 과장은 또 "미국의 재정지출 삭감문제, 유럽에서는 이탈리아 총선 등 여러가지 이벤트가 있다고 보고 있지만, 위기설이라고 하기는 어려워보인다. 그러나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월 위기설은 북한의 핵실험, 미국의 재정삭감 협상, 이탈리아 총선 등 대외변수가 2월말에 집중되어 있고, 대내적으로도 정권교체기가 겹친다는 점 등을 근거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월위기설은 근거가 빈약하다"면서 "정권교체기에는 새로운 정책들이 쏟아지기 때문에 오히려 경제에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고, 북한리스크는 이미 시장에 충분히 반영된 상황이다. 유럽상황은 안 좋아지면 오히려 환율문제가 해결될수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