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경제는 성장하고 있지만 고용은 그대로인 '잡리스 그로스(Jobless Growth)'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고용에 대한 불만·불안·불신 등 이른바 '3불'을 없애고, 단기근로제 도입 및 기업들의 U턴을 촉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덴마크와 네덜란드식 고용정책인 '황금 삼각형(Golden Triangle)'도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14일 관련 학계에 따르면 IT 기술의 발달로 생산라인의 자동화가 이뤄지며 '고용유발계수'는 점점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매출 10억원당 고용 효과를 보여주는 지표인 고용유발계수는 지난 2000년 10억원당 13.64명을 기록했지만 2005년에는 11.1명, 급기야 2010년에는 9명으로 급감했다.
정규직과 대기업 일자리 등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고, 비정규직과 생계형 자영업자 등 안정성이 떨어지는 일자리만 늘어나면서 취업자들의 고용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재계는 '일자리가 최선의 복지'라며 연일 고용의 중요성을 논하지만 정부에서 제공하는 고용시장에 대한 정보와 서비스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고용시장의 '3不' 해결해야.."단기근로제·기업 U턴 촉진이 대안"
현재 우리나라는 고용에 대한 불만과 불안, 불신 등 '3불'이 높아지고 있다. 지속되는 세계 경제 침체 속에 일자리 문제가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일자리 부족에 다른 구직자들과 실직자들의 불만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상황이다.
고용시장의 '3불(不)'을 해소하기 위해 학계는 ▲갈 수 있는 일자리를 늘리기(일자리 불만 해소) ▲지속가능한 일자리 만들기(일자리 불안 해소) ▲일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고용시스템' 구축(고용서비스 불신 해소)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태원유 삼성경제연구소 인사조직실 수석연구원은 "우선 일자리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청년층과 구직자에게 새로운 일자리와 좋은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며 그 대표적 사례로 '단시간근로 일자리 창출'과 '기업 U턴 촉진정책' 등을 꼽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지난해 5월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2193시간으로 OCED 평균 근로시간인 1749시간보다 무려 444시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단시간 근로자 비율은 15.5%로 OECD 가입국 중 25위에 그쳤다.
단시간 근로제란, 기존 주 45시간 근무제를 법적으로 주 40시간 이하로 조정하는 제도다. 주 36시간, 24시간 등 다양한 근무형태가 존재한다. 지난 2010년 네덜란드의 경우 근로자의 60.5%, 이웃나라인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의 2배가 넘는 33.9%가 단시간 근로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천성현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단시간근로제는 근로 시간을 줄이면서도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해주는 제도"라며 "적은 시간 근무하지만 정교수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 대학의 정규직 강사가 그 예"라고 설명했다.
천 수석연구위원은 "비록 급여는 적게 받지만 여유시간에 공부를 하며 자기개발을 하거나 가족과의 시간을 늘릴 수 있다"며 "일자리를 늘리면서도 정규직이라는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렴한 노동력을 얻기 위해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했던 국내 기업들의 'U턴'을 촉진하는 활동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4월 'U턴 기업 지원화방안'을 마련해 법인세, 소득세 등을 100% 면제해주는 등의 지원책을 마련했다.
기업들의 U턴 현상이 현실화하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지고, 제조업의 일자리 감소세를 완화시켜 안정적 소비기반을 구축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평생직장·평생직종 사라진다"..덴마크식 '황금 삼각형'에 주목
'한 사람이 한 개의 직장이 아닌 5-6개의 프로젝트를 가지고 여기저기 몰려다니며 평생 일거리를 찾는다. 이들은 모두 파트타임 비정규직 또는 자영업자다.'(<유엔미래보고서2030> 중)
미래학자들은 앞으로 '평생직장'과 '평생직종'이라는 개념이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 사람이 한 종류의 직업만 갖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직장에 다니고 다양한 직업을 갖게될 것이란 설명이다.
조금 낯설 수도 있는 '평생직종'의 소멸에 대해서 한국경제연구원의 변양규 거시정책연구실 실장은 "스마트폰이 생겨난 이후 우리는 내장된 지도앱을 사용하지 종이지도를 굳이 구입해서 보지 않는다. 스마트폰 내장 카메라의 발달은 기존 카메라시장의 수요를 감소시킨다"며 "IT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 사회는 직종의 지속성과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산업구조와 사회구조의 변화로 고용시장에서 기업들은 고용유연성을 더욱 강조하게 되고, 결국 비정규직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것이 덴마크와 네덜란드식 고용정책인 '황금 삼각형(Golden Triangle)'이다.
노동시장의 황금 삼각형은 ▲고용유연성을 지닌 노동시장 ▲정부의 관대한 실업급여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의 세 뼈대가 맞물렸을 때 그 영향력을 발휘한다.
정부는 기업에 '고용유연성'을 부여해 해고와 채용이 쉬워지게 한다. 그 대신 새로운 사업에 대한 혁신과 변신, 그리고 그를 통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요구할 수 있다. 근로자들은 해고되더라도 정부로부터 길게는 4년 동안 직전 임금의 90%를 실업급여로 받으며 생활을 유지해나갈 수 있다. 대신 근로자들은 실업급여를 지급받는 기간에는 계속해서 구직활동을 하고 직업훈련을 받아야 한다.
결국 기업은 새로운 환경에도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양질의 훈련을 받은 근로자들과 정부의 적극적 지원 하에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다. 덴마크 근로자들의 '유연안정성'이 높게 나타나는 이유다.
변양규 실장은 이같은 고용의 황금삼각형을 갖추기 위해서는 짧지 않은 시간과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 실장은 "황금삼각형은 정부만의 노력으로 절대 이뤄질 수 없는 고용정책"이라며 "근로자는 자유로운 해고를 수용해야 하고 기업은 꾸준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실현시켜야지만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