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과정에서 국가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김인종(68) 전 청와대 경호처장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재판장 천대엽)는 13일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 전 경호처장과 김태환(57)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해 각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공문서 변조 및 변조공문서행사 혐의로 기소된 심형보(48) 경호처 시설관리부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경호부지를 담당하는 피고인들이 감정평가결과를 무시하고 전혀 합리성 없는 자의적인 방법으로 그 분담액을 정함으로써 적법 절차를 따랐을때보다 9억원 이상의 거액의 재산상 손해를 국가에 끼쳤다"며 "이는 배임죄의 임무위배행위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예산의 의도적인 오·남용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 "거액의 예산을 부당하게 집행함으로써 대통령 일가에 재산상 이익을 제공한 행위는 국민의 신뢰와 정부의 품격을 현저히 훼손하는 것으로 비난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례없이 이뤄진 경호부지와 사저부지의 일괄 매입이라는 낯선 과제에 직면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충분한 법률적·회계적 검토를 하지 않은 피고인들의 행위가 오랜 군 경력 때문에 무지한 탓이었다 하더라도, 피고인들이 맡은 직책과 업무의 중요성에 비춰보면 면책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번 사건이 법령의 규정을 무지 또는 몰이해와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 등의 이유로 위반한 데에서 비롯되 점, 재산적 이익은 국가 재매입의 형태로 사실상 원상회복이 이뤄짐으로써 국가에 실질적인 손해가 없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심 부장의 혐의에 대해선 "피고인이 2차 보고서를 변조했다는 공소사실은 그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이 부족해 범죄의 성립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범죄 성립의 전제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형사소송법상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김 전 경호처장은 판결 직후 기자들을 만나 "터무니없는 판결이다. 즉각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경호처장과 김 전 행정관은 내곡동 9필지(총 2606㎡) 중 3필지를 공유로 매수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의 매입금 분담액 일부를 경호처가 추가로 부담해 국가에 9억7200만여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심 부장은 특검이 경호시설 부지 매입 집행계획 보고서 등 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사저부지와 경호시설 부지의 필지별 합의금액을 삭제하는 등 보고서를 변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검찰은 김 처장에게 징역 3년을, 김 행정관과 심 부장에게 징역 3년과 징역 1년6월을 각각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