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공공성 우선이냐 산업성 우선이냐”

해묵은 논쟁 재연된 국회 문방위 공청회

입력 : 2013-02-13 오후 5:09:07
[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방송광고 담당하는 게 미디어렙이죠. 위원회에서는 미디어렙에 전화 못해요. 왜? 위원들 사이에 뒷말이 나오니까. 하지만 독임제 부처는 미디어렙에 전화할 수 있어요. 장관이 그렇게 할 가능성 있어요. 왜? 견제 받지 못하니까.”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1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가 주최한 방통위 개편 관련 전문가 공청회에서 방송이 독임부처 관할로 부속될 때 나타날 수 있는 위험성을 이렇게 지적했다.
 
국회 차원에서 정부 조직 개편을 주제로 공청회를 연 것은 지난 5일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진술인과 의원들은 방송의 공공성과 산업성, 방송담당기구의 합의제, 독임제 속성의 적절성을 따지며 행정안전위원회가 주최한 1차 공청회에 견줘 훨씬 격한 토론을 주고받았다.
 
이번 공청회 진술인으로는 여야에서 2명씩 추천해 김성철 고려대 교수,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 현대원 서강대 교수가 참석했다.
 
◇공공성이냐 산업성이냐
 
공청회의 열기는 ‘방송’과 ‘방통위’의 특수한 속성과 이에 대한 의견 차이에서 비롯됐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모든 방송은 공정성, 공공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그 전제 속에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를 위해 합의제가 필요하다는 건 누구나 다 동의하는 내용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최 교수는 “앞으로는 방송도 지상파와 케이블의 경계가 불분명해진다”면서 “그런데 케이블방송은 방송이 아니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도기능을 갖고 있는 지상파, 종편, 보도전문채널을 제외하고 유료방송 업무 전반을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시키자고 주장하는 인수위와 여당 측 주장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반면 김성철 고려대 교수는 “방송에서 어떻게 산업성을 빼놓고 이야기 하느냐”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방송에서 산업성은 항상 무시돼 왔다”며 “방송법 한번 들여다보라. 산업관련 이야기는 한 줄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익도 못 내면서 어떻게 글로벌 미디어기업을 키우느냐”며 “지금은 땅에 떨어진 산업성을 끌어올려서 공공성과 산업성을 조화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보도기능을 갖고 있는 일부방송을 제외하면 진흥을 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부가 가급적 방송전반을 담당해 산업성을 제고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독임제냐 합의제냐
 
김 교수는 조준상 소장이 제기한 독임부처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교수는 “독임제 부처에 대한 불신을 이해할 수 없다”며 “특별히 공공성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합의제 장치를 마련해 위원회에 남기면 된다”고 말했다.
 
현대원 서강대 교수도 “정부가 통제할 수 있다는 논리는 아날로그 시대에나 가능했다”고 반박했다.
 
현 교수는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며 “방송산업 전반은 미래창조과학부에 둬야 한다. 다만 방통위와 관계설정 하는 데 있어서 주고받는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조 소장은 방통위로 표상되는 '합의제 행정기구 실험'을 오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 소장은 “스마트폰 도입이 늦은 게 왜 방통위 책임이냐”며 “도입이 지지부진했던 건 삼성전자에 시간을 벌어주려고 그렇게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 실패인 것은 맞지만 위원회의 더딘 의사결정과는 무관한 사례라는 설명이다.
 
조 소장은 또 “방통위 실패로 종편이 많이 거론되는데 그건 방통위가 독선적으로 추진해 결과가 저렇게 나타난 것”이라며 “애초 우려가 많았는데 독선적으로 밀어붙인 게 방통위다. 최시중 전 위원장이 방통위를 독임제로 운영해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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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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