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가격 인상 '힘 받았다'..이번엔 오를까?

정부 "세수확보" VS 흡연가 "흡연인구 주머니 터는 짓"

입력 : 2013-02-15 오후 8:04:54
[뉴스토마토 임애신·최병호기자] 8년 동안 묶여 있던 담배가격이 꿈틀거리고 있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을 통해 국민 건강을 증진하고 세수까지 확보해 '두 마리 토끼'를 잡잡을 예정이지만, 이번에도 흡연가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흡연할 공간이 줄어들고 벌금도 높아져 흡연자들의 입지가 좁아지는데 담뱃값까지 오르는 것은 잔인한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8년간 담배값 2500원..정부 "올릴 때 됐다"
 
보건복지부가 흡연율 감소를 위해 오래전부터 담뱃값 인상을 꾸준히 검토해 왔다. 최근에는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담뱃값을 두 배 인상하는 방안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예산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에서도 복지부에 힘을 실어줬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담뱃값을 올린지 8년이 지난 만큼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했을 때 담뱃값을 올리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박 장관이 평소 하루에 한 갑 반에서 두 갑 정도의 담배를 피울 정도로 애연가인데다, 지난 2004년도 국회 본회의에서 담뱃값을 올릴 때 찬성한뒤 2006·2007년에는 반대했기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정부는 담배 관련 지방세로 2011년에 4조2000억원을, 건강증진부담금으로 1조6000억원을 징수했다. 담뱃값을 지금보다 500원 더 올리면 1조3000억원, 2500원 인상하면 3조8000억원의 세수가 증가한다.
 
담뱃값 인상은 이달 말 출범할 박근혜 정부에도 큰 힘이 된다. 공약 실행을 위해서는 재원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담뱃값을 올릴 경우 박 당선자가 공약한 4대 중증 질환 100% 보장 실현에 필요한 연간 비용 1조5000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
    
◇흡연자 거센 반발.."가격 올려도 흡연율 줄지 않아"
 
이 같은 정부의 '담배와의 전쟁'에 대해 흡연가들은 반발하고 있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애연가 박 모(30세)씨는 "정부가 담뱃값 인상만으로 국민건강을 개선할 것처럼 행동한다"며 "경기침체로 힘든 서민들의 주머닛돈을 털어가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집단적인 움직임도 일고 있다. 국내 최대 흡연자 커뮤니티 단체인 아이러브스모킹은 담배 세금 인상 추진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지난 4일 인수위에 제출했다.
 
앞서 아이러브스모킹은 "정부가 흡연자들이 부담하는 1조4000억원 규모의 국민건강증진기금의 거의 대부분을 국민건강보험 재정적자에 사용하고 있다"며 "차라리 돈이 필요하니 흡연자들이 더 부담해 달라고 솔직히 말했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한국담배소비자협회는 "정부나 금연운동을 하는 시민단체에서는 국내 담배 가격이 선진국과 비교해 저렴하다고 하지만 이는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이 최고 4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담뱃값이 1만1525원인 영국의 흡연율은 22.3%지만 영국보다 담뱃값이 3125원 더 저렴한 네덜란드의 흡연율은 32.0%다.
 
또 담뱃값이 8200원으로 같은 스웨덴과 벨기에의 흡연율은 각각 13.5%·23.6%로, 담뱃값과 흡연율 사이에는 큰 상관관계가 없는 것다는 것.
  
◇韓 담뱃값 가장 '저렴'..흡연률은 '최고'
 
우리나라 담뱃값은 지난 2004년 12월에 2500원으로 오른 후 8년 넘게 같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서민물가가 매년 올랐지만 담뱃값만은 그대로인 것.
 
그 결과 한국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담뱃값이 가장 싼 나라가 됐다.
 
OECD가 2012년 발표한 '2009년 OECD 주요국 담배가격·흡연율 비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담배가격은 2500원으로 담뱃값이 가장 비싼 아일랜드에 비해 6분의 1이 수준에 불과하다.
 
아일랜드 다음으로 영국(1만1525원), 프랑스(9400원), 독일(8875원) 등의 순으로 담배 가격이 비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흡연율이 OECD 회원국 중에서 그리스 다음으로 높다. 201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성인 남성 흡연율은 47.3%에 달한다. 이는 OECD 평균치인 26%의 약 2배 웃돈다.
 
마지막으로 담배가격을 500원 올렸던 당시 성인남자 흡연율은 기존 60%에서 51%로 줄었으나 최근에는 답보 상태다.
 
정부는 가격을 인상하는 정책과 더불어 비가격 정책도 함께 시행할 방침이다. 담배갑에 경고 그림이나 문구를 게시하고 금연구역 지정을 확대하는 것이 그 예다.
 
박 장관은 "(담뱃값을 인상하더라도)가격을 10% 올려도 소비는 3%대 감소해 흡연의 가격 탄력성이 그렇게 높지 않다는 점이 문제"라며 "때문에 가격정책 외에 흡연의 나쁜점에 대해 제대로 알리는 등 비가격적인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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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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