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 회장의 상속 재산을 놓고 벌이던 삼성가 유산상속 분쟁 소송이 다시 재개된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맹희씨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화우의 차동언 변호사 등은 1심의 결과에 불복해 항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1심에서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에게 패소한 맹희씨 측은 이날까지 항소 여부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 맹희씨 측 법률대리인에 따르면 "맹희씨 측의 항소장을 항소 시한인 15일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인지대 비용이 부담되는 건 사실이다. 이때문에 청구 취지를 축소하거나 일부만 청구하는 형식으로 항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맹희씨 측은 이날 항소장과 함께 1심에서 4조800억여원이었던 소송가액을 항소심에서 100억여원대로 크게 줄었고, 이에 인지대만 128억원이었던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는 5000만원의 인지대금을 법원에 납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맹희씨가 항소함으로써 양 측은 서울고법으로 옮겨 또 다시 법정공방을 벌이게 됐다. 민사소송 항소심은 통상적으로 서류가 송부된뒤 3개월 후에 열린다.
다만 1심에서 패소한 만큼 새로운 증거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항소심에서도 승리가 불투명해 질 수 있다.
1심 판결에서 상속재산으로 인정받은 부분은 제척기간 만료로 따질 수 없게 됐고, 나머지는 아예 상속재산이 아니라는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당시 재판부인 서창원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도 "선대 회장이 남긴 유지에는 일가가 화합해 화목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뜻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맹희씨 측 법률대리인은 항소 직후 "당사자의 항소로 진행된 만큼 1심에서 부족한 부분들에 대해 철저히 준비해서 항소를 잘 대비할 것"이라고 말해 자신감을 보였다.
앞서 지난해 2월 맹희씨는 "아버지(이병철 전 삼성 회장)가 생전에 제3자 명의로 신탁한 재산을 이건희 회장이 다른 상속인에게 알리지 않고 단독 명의로 변경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맹희씨는 또 지난해 4월 보도자료를 통해 "(이건희 회장이) 형제지간에 불화만 가중시켜왔고 늘 자기 욕심만 챙겨왔다. 진실을 밝혀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 내 (소송의) 목적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1일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둘째 이숙희씨, 차남 창희씨의 며느리 최선희씨 등이 "선대 회장의 상속 주식을 달라"며 이 회장을 상대로 낸 3건의 주식인도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한편 이번 결정에 대해 CJ측 관계자는 "1심 이후 화해를 원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있어 이재현 회장님을 비롯한 가족들의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항소가 진행돼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측은 "개인의 일이므로 그룹 차원에서의 공식 입장은 없다"고 맹희씨 측 항소에 대한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