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신용등급 '추락'..영업실적 부진·차입금 부담

입력 : 2013-03-01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현대상선(011200)의 신용등급이 추락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황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적자에 시달리고, 부채 부담이 늘어나면서 회사채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것. 
29일 국내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NICE신용평가는 현대상선의 제 179-1회 무보증사채의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로 내렸다. 등급전망은 '안정적(Stable)'으로 제시했다.
 
같은 날 한국신용평가도 현대상선의 제 180회 외 무보증사채에 대한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평가했다.
 
앞서 지난 25일 한국기업평가도 현대상선의 제 175-1회 외 무보증사채의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로 하향 조정하며, 등급전망 '안정적(Stable)'을 부여했다.
 
이는 글로벌 경기부진과 선복량 과잉 부담에 따른 해운업황의 침체 장기화로 수익성이 저조한 수준을 지속하고 있는데다 차입금 규모가 현금창출력 대비 과중해 재무구조가 악화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해운시장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 잠시 회복기를 거쳤지만, 선복량 증가 부담으로 인해 긴 침체 국면을 지속하고 있다.
 
컨테이너운임지수(CCFI)는 지난 2012년 들어 덴마크 AP 몰러-머스크(AP Møller-Maersk)사 등 글로벌 메이저선사를 중심으로 전개된 운임인상노력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으나, 성수기인 3분기에 접어들면서 오히려 하락세로 전환되는 등 시황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건화물선(Dry Bulk) 운임지수(BDI) 역시 지난 2008년 상반기 1만1000포인트를 상회하는 등 호황를 보였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급락에 이어 2012년 들어서도 추가 하락해 현재 1000포인트 선 수성이 힘겨운 상태다.
 
김봉균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운시황 부진의 원인은 세계의 공장 역할을 수행했던 중국을 위시한 글로벌경기 부진이 미친 물동량 측면의 변화도 중요 요인"이라며 "2009년부터 본격화돼 2012년 중 계속되고 있는 두 자릿수대의 선복량 증가율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해운시장의 침체로 인해 현대상선의 수익성은 저조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조정 영업이익(EBIT) 기준으로 지난 2011년 1분기 이후 2012년 4분기까지 8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2011년 4분기 이후에는 유가급등이 또 다른 압박요인으로 작용하면서 하면서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마저 5분기 연속 적자를 시현하고 있는 상태다.
 
부문별로는 일정수준 운임인상이 이루어진 컨테이너보다는 과거 높은 가격으로 용선계약을 체결한 벌크선 부문의 실적부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구본욱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현대상선의 주력 사업부문인 컨테이너선 부문은 정기선 사업의 특성상 운항과 관련된 고정비 부담이 커 시황변화에 따라 수익성 변동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며 "벌크선 부문 역시 건화물선 시황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지난 2009년 이후 영업적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수석연구원도 "수급구조와 경쟁양상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전반적인 해운업황의 침체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공행진중인 유가의 경우에도 하방압력이 높은 편이나,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미루어 변동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현대상선의 안정적인 매출기반과 적극적인 운임인상 노력을 감안하더라도 실적 회복에는 다소간의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차입금 규모가 현금창출력 대비 과도해 재무안정성이 크게 악회된 점도 신용등급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현대상선은 지난 2008년 말까지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2009년 이후 해운시황의 변동성이 크게 증가하면서 해운시황의 등락에 따라 회사의 재무안정성이 크게 영향받고 있다.
 
특히, 컨테이너선 시황 침체의 영향으로 2009년 말에는 부채비율이 276.7%, 차입금 의존도가 66.2%로 증가하는 등 재무안정성이 저하됐으나, 2010년 말에는 3264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컨테이너선 시황 회복에 따른 큰 폭의 영업실적 개선으로 지난 2009년의 재무안정성 저하를 상당 수준 만회했다.
 
하지만, 선사간 공조를 통한 시황 회복이 일시적인 수준에 그치면서 2012년 9월 말에는 영업실적 부진에 따른 누적결손 발생과 유동성 보강을 위한 일반 차입금 확대 등으로 인해 부채비율이 674.0%, 차입금의존도가 78.5%로 상승는 등 재무안정성이 재차 저하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김 수석연구원은 "현재 현대상선이 부담중인 차임금 규모는 회사 규모 및 현금창출력 대비 과중한 수준"이라며 "불투명한 업황 전망과 계획된 선대투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당분간 감축 기조로의 전환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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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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