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논란의 돌파구를 마련하기는커녕 오히려 대통령에 대한 정치권의 반발만 키운 결과가 됐다는 평가다.
지난 4일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민주당이 정치적 논쟁으로 정부조직법을 합의하지 않는다고 비난하고, 원안대로 합의해 줄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국정 파행의 원인으로 지목된 민주당은 박 대통령에게 '항복'하는 대신 대통령의 '불통'을 부각하며 반격에 나섰다.
5일 문희상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박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오만과 독선의 일반통행이었다. 유신독재를 연상시켰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전날 문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조직법 문제는 여야 합의에 따라 국회에서 결정해야 하는데, 청와대의 행태는 국회와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무시하는 것이고 3권 분립의 원칙과 대화와 타협이란 원칙에도 어긋난다”며 국민 담화를 국회 압박이라고 못박았다.
또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난 3일 새누리당과 정부조직법 협상이 타결 직전까지 갔었는데 청와대 의견이 반영되면서 무산됐다”고 밝혀 정부조직법의 파행 책임이 박 대통령에게 있음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강수는 민주당의 협상 태도만 더 강경하게 만든 셈이다. 또 새누리당도 담화문 발표 이후 민주당과 타협할 여지가 줄었다.
오늘 자정까지까 2월 임시국회 회기지만 논란의 정부조직법은 통과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사실상 오늘은 정부조직법 개정이 실현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털어놨다.
박 대통령의 담화가 새누리당의 입장도 난처하게 만들면서,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여당 의원도 나오고 있다.
이날 ‘서두원의 시사초점’에 출연한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여야 간 물 밑에서 치열하게 협상을 하고 있는 와중에 대통령이 격앙된 모습으로 대국민 담화를 하는 것은 향후 5년을 내다봤을 때 가장 중요한 협상 파트너인 야당을 급박하게 밀어붙이는 모습이었다”며 국민 담화의 시기와 방식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전날 새누리당 비공개회의에서 조해진 의원은 박 대통령 담화에 대해 “결의에 찬 담화 내용이 국민 여론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매사를 이렇게 풀어갈 수는 없다. 지금은 통치의 시대는 갔고 정치만 가능한 시대”라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춘추관 브리핑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박근혜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