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본격적인 주주총회 시즌을 맞이해 일부 상장사들이 경영권 분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영권을 지키려는 측과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서는 측의 날선 공방으로 두 번의 주주총회가 개최되는 등 주주총회 파행이 잇따르고 있는 것.
통상적으로 적대적 M&A 이슈가 불거지면 해당 기업의 주가에는 호재로 작용하지만, 기업가치는 변하지 않는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KJ프리텍·홈캐스트 주총 '파행'..개별 주총 진행
지난 4일경기도 화성시 청려수련원에서 개최된 KJ프리텍의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적대적 M&A에 나선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 측과 경영권을 지키려는 현 경영진, 소액주주, 경찰 간 고성과 몸싸움으로 번졌다.
이날 주주총회에서 이 전 부회장은 신규 이사 선임과 무선충전기·의료기기 사업 등으로 사업목적 확대를 위해 정관변경을 요청했지만, 현 경영진은 이 전 부회장이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했음에도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아 5% 지분공시를 위반했다며 의결권을 제한하고, 이사회가 제안한 이사 선임과 감사 선임 등의 안건을 가결시켰다.
의결권 제한이 부당하다는 이 전 부회장 측은 현장에서 임시 의장을 선임하고, 별도의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새로 열린 주주총회에서는 이 전 부회장이 상정한 의결을 모두 가결시켰다.
지난달 28일 서울 오금동 홈캐스트 본사 2층에서 열린 홈캐스트 주주총회에서도 두 번의 주주총회가 개최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경영권 방어에 나선 이보선 홈캐스트 대표 측은 적대적 M&A에 나선 장병권 제이비어뮤즈먼트 부회장 측의 의결권이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투표권을 제한했고, 일부 주주들을 대상으로만 주주총회를 열어 회사 측 안건을 모두 통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 회장 측은 의결권 행사가 부당하게 제한 받았다며 로비에서 이주영씨를 임시의장으로 선출하고 개별 주주총회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개별 주주총회를 방해하기 위해 경비용역들이 일제히 내려와 고성을 내는 로비는 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하게 이르렀다.
결국, 적대적 M&A에 휩싸인 두 회사의 경영권 확보하려는 측과 지켜려는 측 모두 자신들의 주주총회가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경영권 분쟁은 법원의 판단을 통해 판가름 날 전망이다.
◇전문가 "분쟁 마무리 시 주가 하락..기업가치 불변"
통상적으로 적대적 M&A 등 경영권 분쟁 이슈가 해당 기업의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경영권을 지키려는 측과 확보하려는 측 모두 지분 인수에 열을 올리기 때문에 주가는 상승할 수 밖에 없기 때문.
실제로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홈캐스트의 주가는 지난해 말 4030원에서 올 1월24일 6710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상승폭을 줄인 주가는 지난 5일 4350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말과 비교해서는 8% 가까이 올랐다.
KJ프리텍 역시 지난해 말 2610원이었던 주가가 올 1월24일엔 2895원으로 10.9% 상승한 바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기업의 경우 지분 경쟁에 따른 주식 매수로 인해 주가가 오르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되면 주가가 제자리를 찾는 데 있다. 지분 인수 경쟁에 따른 기대감에 주가가 상승했지만, 해당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엔 변화가 없기 때문.
이에 따라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기업의 경우 투자자가 주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한 증권사 스몰캡 담당자는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면 주가는 제자리를 찾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경영권 분쟁 당시엔 기업의 펀더멘털에 변화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영권을 확보하는 측이 인수에 성공해 신사업 추진과 구조조정 등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면 주가가 한 단계 오를 수도 있다"면서도 "내부 사람이 아닌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경영권 분쟁 결과를 미리 알 수 없어 분쟁 기업에 대한 투자를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