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TV사업 어렵네"..실적개선 시급

경기침체·엔저·프리미엄 전략..수익성 악화 3대 악재

입력 : 2013-03-12 오후 7:37:31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LG전자의 핵심사업인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부가 자존심을 단단히 구겼다. TV 시장의 과열경쟁과 엔저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당분간 실적의 버팀목 역할을 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LG전자(066570)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지난해 울트라HD TV를 선보인 데 이어 올 초 '올레드(OLED) TV'를 전격 출시하며 시장선도 이미지를 다져왔지만, 다른 편에서는 프리미엄 TV에 전략이 집중돼 수익성 확보가 뒷전이 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다변화된 라인업이 실종되면서 올해 실적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분석마저 제기됐다.
 
이를 반영하듯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피치는 지난 11일 LG전자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B-'로 한 단계 강등했다. 영업이익률이 낮고 잉여현금흐름(FCF)이 미약하다는 게 등급 강등 이유다. LG전자는 애써 무덤덤한 표정을 지었지만 시장의 불안감이 확산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HE사업본부, 출혈 경쟁에 '발목'
 
특히 피치는 액정화면장치(LCD) TV의 부진을 우려했다. 엔화 약세로 일본 TV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LG전자가 가격 하락 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내려야만 시장 점유율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얘기다.
 
TV 시장에서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의 후유증은 HE사업본부의 실적 추이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출처=LG전자
지난해 영업이익률 흐름을 살펴보면, 1분기 3.2%, 2분기 5.7%, 3분기 0.8%, 4분기 0.3%로 나타났다. 2분기 고점이 3분기 들어 급락하더니 4분기에는 손익분기점에 근접할 정도로 추락했다. 
 
HE사업부가 최근 3년간 영업이익률 1%를 넘어서지 못한 것은 지난 2010년 2분기(0.5%)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설명회에서 영업이익률 악화의 주된 요인으로 업체 간 경쟁 심화로 인한 판가 인하와 마케팅 비용 증가를 꼽았다.
 
그러나 이면에는 북미 시장의 최대 성수기인 '블랙프라이데이' 판매에서 마케팅 전략의 실기로 영업이익률 하락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LG전자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블렉프라이데이 기간 동안 보조하던 지원금을 없애면서 초기에 판매부진을 겪었다"면서 "이를 보다 못해 다시 지원금을 지급했으나, 그땐 이미 2배로 얹혀줘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당시 정황을 전했다. 마케팅 비용을 줄이려다 되레 가중치를 부과받은 꼴이 됐다.
 
LG전자는 당초 수익성 중심의 체질 개선에 집중하며 4분기에는 마케팅 비용을 대폭 축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TV가 소비자들의 눈에 띄지 않는 선반 하단에 전시돼 판매량이 급감하자 부랴부랴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었다는 설명이다.
 
◇프리미엄 '올인' 전략도 수익성 하락 부추겨
 
프리미엄 TV '올인' 전략도 실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LG전자가 울트라HD와 올레드 TV 띄우기에 혈안이 돼 있지만, 단기간에 실적에 기여할 정도의 의미 있는 판매량을 기대하긴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이런 외부의 시각과 달리 LG전자는 체질 개선의 일환으로 CRT와 PDP, 저가형 액정표시장치(LCD) 등 수익이 낮은 TV의 단종 및 생산 축소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가형 TV를 박리다매로 판매하는 것보다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량을 늘리면 충분히 그 빈자리를 메꿔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삼성전자를 제쳤다는 자신감이 오히려 냉정한 사고를 잃게 해 전략상의 실수를 가져왔다는 내부 우려도 터져나왔다.
 
특히 매출 비중의 6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LCD TV의 일부 모델 단종은 일선에서 영업을 뛰는 해외 법인의 강한 반발을 산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와 선진시장을 겨냥한 프리미엄 제품군들이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판매가 부진한 데 반해 신흥시장에선 저가 LCD TV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견조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 HE사업본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뉴스토마토> 기자와 만나 "시장에서는 HE사업본부의 수익성 악화의 요인으로 마케팅 비용 증가로 보고 있지만 오히려 내부에서는 이를 마케팅비를 억제해 그 영향이 크지 않았다"면서 "프리미엄 TV가 시장에서 본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탄탄하게 받쳐줘야 할 저가제품을 지난해부터 단종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프리미엄 TV 시장이 성장하기 전까지 저가 제품이 뒷받침해줬어야 하는데,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급급한 나머지 이 부분을 간과했다. 여기에 기존의 가격 정책에서 벗어난 고가 정책도 영업이익률 하락을 부추겼다"면서 "당분간 지난해 실적에서 크게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신흥시장 대신 선진시장에 집중하는 LG전자의 전략에 대해 일부 해외 투자전문가들도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올해 시장 수요가 선진시장보다는 신흥시장에서 나올 것이 확실시되면서 LG전자의 타겟팅이 빗나갔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한 증권업계 연구원은 "해외 투자자나 애널리스트를 만나보면 LG전자가 중국 등 신흥시장을 외면하고 있다는 시각이 팽배해 있다"면서 "LG전자의 주식을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데 반해 외국인들의 매도가 많은 것도 바로 이런 시각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가 올 초 출시한 올레드TV
  
◇HE사업본부, 올해 실적도 불투명..경기침체 장기화 · 엔화 약세 탓
 
전문가들은 LG전자 HE사업본부의 올해 전망도 불투명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내외 경기침체의 지속과 엔화 약세에 따른 일본 경쟁업체의 약진 등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판단 근거다.
 
송은정 HI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1분기 HE사업본부의 매출은 전 분기 대비 21% 감소한 5조900억원, 영업이익은 756억원을 하회할 것으로 추정했다. 송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TV 비수기 영향이 1분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면서 "TV 판촉비용이 당초 예상치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엔화 약세와 마케팅비 증가 등의 요인이 1분기 실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다만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가 바닥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LG전자, 피치 신용등급 후폭풍 미미"..휴대폰 사업부 약진
 
증권업계와 신용평가 업계는 피치의 전날 발표에 대해 '후행적'이라고 평가했다. 엔화 약세에 따른 경쟁력 약화는 이미 주가에 반영돼 피치의 평가가 가져올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승우 연구원은 "피치가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LG전자가 그동안 부진했던 점을 감안해 내린 평가"면서 "(휴대폰 사업부인)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MC) 사업본부 등의 점유율 등이 서서히 올라가는 등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피치의 평가가 큰 악재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승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엔화 약세에 따른 가격 경쟁력 하락 부문을 우려하고 있지만, 일본 업체들이 뚜렷한 상승세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LG전자가 휴대폰 중심으로 전 부분에 걸쳐 실적과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평가기관의 한 관계자는 "피치의 신용평가 강등은 그쪽 기준에 맞춘 평가일 뿐"이라면서 "지난 2012년은 2011년에 비해 회복 추세가 뚜렷했던 만큼 당분간 LG전자의 신용등급 조정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피치가 환율 등 단기적 요인을 근거로 신용등급을 부여한 것과 달리 중장기적 관점에서 회복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 평가는 긍정적 평가가 지배적"이라면서 "피치가 신용등급 강등이 경영상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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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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