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염현석기자] "주민번호와 주식수를 알려줬는데, 왜 입장이 안 되는 겁니까?"
LG화학은 15일 오전 주주총회를 앞두고 한 차례 진땀을 빼야 했다.
신분증을 소지 하지 않은 한 개인 주주가 주총장 입장을 요구하며 회사 측과 실랑이를 벌였기 때문이다.
이날 주총 참석을 위해 수원에서 상경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이 여성 투자자는 주총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회사 측은 본인임을 확인할 수 없다며 입장을 막았다.
그러자 이 투자자는 고성을 지르며 재차 입장을 요구했고, 오전 9시56분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LG트윈타워 지하로 실제 출동하기도 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경미한 실랑이임을 확인 하고, 회사 측에 주주와 원만하게 해결하라는 당부를 한 뒤 주총 시작 10분전인 오전 10시20분께 트윈타워를 떠났다. LG화학 측은 이 주주의 가족과 통화를 거처 본인임을 확인 한 뒤에야 입장을 허가했다.
◇15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개최된 LG화학의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
이 주주는 지난해 3월 LG화학의 주식 1500여주를 한 주당 42만원에 구매했다가 1년 동안 총 2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것에 화가 나 주총장을 찾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녀는 주총이 끝난 뒤 기자와 만나 "(LG화학 주총장에서) 주식 관련 이야기는 하나도 듣지 못했다"며 "사외이사 선임 등만 땅땅거리고 끝나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이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발길을 돌린 개인 투자자도 있었다. 백발이 성성한 한 노신사는 주총이 끝난 직후 도착해 주총장에 입장하지 못했지만 LG화학의 영업보고서를 손에 쥔 것만으로 만족하는 눈치였다.
그가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던 이유는 5년 전 LG화학의 우선주를 한 주당 3만원에 1만여주 가까이 사서 쏠쏠한 재미를 봤기 때문이다. LG화학의 이날 기준 우선주 가격은 8만6000원으로, 주가가 한창 오를 때는 10만원을 찍기도 했다. 이 주주는 최소 5억원에서 최대 7억원의 수익을 거둔 셈이다. LG화학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우선주 1주당 4050원을 배당키로 결정했다.
그는 최근 LG화학의 주가가 많이 떨어져 속상하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주가가 쌀 때 매수했기 때문에 지금 팔아도 남는다. 그 전(주가가 한창 고점일 때)에 많이 팔았기 때문에 괜찮다"면서 "회사에서 배당을 잘 챙겨주니 남은 3700주는 그대로 쥐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투자자는 지난해 주총에도 참석해 김반석 LG화학 전 대표를 직접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LG화학의 주가가 실적 호조에 힘입어 최고점을 찍게 되자 김 부회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이날 열린 제12기 주총에서는 4건의 의결안건이 모두 원안대로 처리되면서 개회 시작 뒤 30여분 만에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특히 각 의안별로 주주들이 '적극 동의 한다'는 의견을 개진해 앞서 개최된 LG전자의 차분한 주총과는 대비를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