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경제팀 `세수확보` 특명..기대반 우려반

입력 : 2013-03-18 오후 6:20:00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지난주 외청장 인사를 끝으로 새 정부의 행정부 인선이 마무리됐다. 특히 경제팀에는 조세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해 정부의 경제정책 초점이 세수확보에 맞춰진 것으로 분석된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이끌 주요 인사들은 조원동 경제수석, 한만수 공정위원장 후보자, 김덕중 국세청장 후보자,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등이다. 이들은 모두 조세 전문가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첫 경제팀. 왼쪽부터 조원동 경제수석,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김덕중 국세청장 후보자,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백운찬 관세청장
 
◇경제팀에 조세연구원 출신이 2명
 
조세연구원장을 지낸 조 경제수석은 평소 적극적 재정론을 주장해온 인물이다. 실물경제가 위축될 수록 재정정책을 강화해 위기를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경제수석은 조세연구원장 시절에도 '국가부채와 재정준칙'에 대한 세미나를 열고, '증세 없는 세수 확보 방안'을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기획하는 등 정부의 재정정책 강화에 대해 목소를 높여왔다.
 
박형수 신임 통계청장 역시 조세연구원 출신이다.
 
조세연구원은 지난 13일 '재정지출과 거시경제정책' 세미나에서 "주요 선진국처럼 우리나라도 경기 급변시를 대비해 정부가 의도적으로 재정지출과 조세정책을 변화시키는 재량적 재정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날 보고서를 발표한 인물이 박형수 당시 조세연구원 연구기획본부장으로, 그는 이틀 뒤 통계청장으로 깜짝 발탁됐다. 과거 통계청장은 주로 경제관료 출신이나 교수들이 임명됐다.
 
조세연구원 출신을 차관급에 두 명이나 임명한 것은 조세개혁과 재원확보에 대한 박 대통령이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평가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복지확대 공약 실현을 위해서는 약 135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국민에게 세 부담을 줄 수 없다며 지하경제 양성화와 조세개혁 등 증세없는 재원확보를 강조했다.
 
정부는 당초 언급한대로 조세개혁을 통한 증세없는 재원확보를 위해서 새 정부의 경제팀을 조세전문가로 구성해야 했다는 것.
 
◇경제민주화와 과세 사령탑에 조세맨 발탁
 
경제민주화를 이끌 한만수 공정위원장 후보자 역시 조세법 전문가다. 그는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한국세법학회 부회장을 지냈고, ‘기업구조조정 조세법론’ 등을 집필했다.
 
특히 박 대통령의 대선캠프인 국민행복추진위원회에서는 정부개혁추진단으로 활동하며 새 정부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한 후보자는 줄곧 국세청장 후보로 꼽혀왔지만 공정위원장으로 발탁돼 주위를 놀래게 만들었다.
 
국세청장 후보자인 김덕중 중부국세청장은 행정고시 합격 후 줄곧 국세청에서 근무한 조세맨이다. 김 후보자의 이력 중 눈여겨 볼 점은 지난 2011년부터 2012년까지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을 지낸 점이다.
 
김 후보자는 징세법무국장 재직 당시 체납세금을 거두기 위해 '숨긴재산 무한추적팀'을 만들어 냈다. 무한추적팀은 지난해 체납세금 4000억원을 징수하고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등 고액체납자의 명단을 공개해 화제를 일으켰던 부서.
 
따라서 김 후보자가 국세청장이 되면 강도 높은 추적징수와 세수확보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김 후보자는 국세청장 내정 직후 "경제여건이 어려운 시기에 새 정부 국정과제인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국세수입 확보하는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기업의 부당행위를 조사하고 이를 근거로 과세를 집행하는 두 기관의 수장을 모두 조세 전문가로 임명한 것은 경제민주화를 기업 과세강화로 풀어가겠다는 박 대통령의 숨은 뜻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경쟁법 전문가가 와도 어려운 게 경제민주화인데, 조세법 전문가가 왔다"며 "기업규제와 과징금 징수를 통해 경제민주화와 세수확대를 동시에 이루려는 것 아니겠냐"고 아쉬움을 털어냈다.
 
한국세법학회 관계자 역시 "한 후보자는 증세나 세율 인상 등은 반대하지만 조세개혁에 대한 의지는 있다"며 "일감몰아주기 규제나 과징금 상향 조정 등으로 대기업을 압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최근 국세청과 고액현금자료 공유문제로 논란이 된 금융정보분석원(FIU, Financial Intelligence Unit) 원장 출신이다.
 
FIU는 은행 등 금융권으로부터 현금거래 내역을 포함한 금융정보 중 의심하는 정보를 수집·분석해 검찰과 경찰, 국세청 등에 제공하는 금융위원회 산하조직이다.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워낙 방대하고 은밀한 내용이 많았던 만큼 최 금감원장 이후 금융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조세전문 경제팀의 성패
 
박근혜 대통령이 조세 전문가로 경제팀을 꾸린 것은 임기 초반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새 정부는 정부 조직개편안이 국회에서 난항을 겪으면서 출범 한 달여가 넘도록 제대로 된 국정운영을 못했다.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던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 등이 공약(空約)으로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임기 초 조세 전문가들을 경제팀으로 임명해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를 위한 세수 확보에 주력할 계획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임기 초에 가장 중요한 대선공약에 대해 가시적인 효과를 내고 지지도를 끌어올리려는 심산이라는 것이다.
 
한국세법학회 관계자는 경제팀 인선에 대해 "재정정책은 국민이 느끼는 정책 체감도가 크다"며 "임기 초의 낮은 지지도를 만회하기 위한 궁여지책이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재정정책은 통화나 무역정책과 달리 장기 경제성장률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인 경제전망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장옥 서강대 교수는 "한 나라의 장기성장률이 결정되는 시기가 임기 초반"이라며 "나랏돈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5년간의 경제운영이 좌우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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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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