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선텍' 디폴트, 구조조정 '신호탄'..다음 순서는 LDK?

세계 1위 태양광 모듈 업체..후폭풍 만만치 않을 듯
전문가 "OCI·한화솔라원 영향은 제한적"

입력 : 2013-03-20 오후 5:40:46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세계 최대 태양광 모듈업체 선텍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면서 구조조정 신호탄 아니냐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가 디폴트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놨던 과거와는 달리 선텍의 채무불이행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내수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태양광 산업에 '묻지마 지원'을 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무분별한 지원이 오히려 업황 악화를 부추기는 꼴이 되면서 중국 내 구조조정을 용인했다는 분석이다.
 
20일 주요외신에 따르면 선텍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발행한 5억4100만달러 규모 전환사채(CB)를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했다. 지난 2008년 3월 뉴욕에서 CB를 발행했으나 상환 만기일인 지난 15일까지 채무를 이행하지 못했다.
 
선텍은 지난 2005년 중국 민간기업 최초로 뉴욕증시에 상장된 업체이자 태양광 모듈 생산용량 2.4GW를 보유한 세계 1위 기업이라는 점에서 태양광 업계는 이번 사태의 후폭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선텍을 포함한 중국 태양광 기업들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통해 급속하게 몸집을 불려왔지만 더 이상 정부에 기댄채 명맥을 이어가기 힘들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중국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들여 태양광 산업을 지원했지만, 개선은커녕 오히려 업황 악화와 일자리 축소라는 상반된 결과를 가져오자 한발 물러설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선텍의 부도를 중국 내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선텍의 디폴트 선언은 중국 정부가 경쟁력이 없는 기업에는 더 이상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선텍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업체들의 추가적인 디폴트 선언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구조조정의 다음 주자로 LDK솔라를 가장 유력하게 꼽고 있다. LDK는 지난해 12월 선텍, 다코뉴에너지, JA솔라 등과 함께 뉴욕증권거래소(NYSE)로부터 잇달아 상장폐지 경고를 받은 전력이 있다. 이들 기업은 올해 상반기 중 주가를 1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리지 못하면 증시에서 퇴출된다.
 
지난 19일 기준 선텍의 주가는 0.586달러를 기록하며 이미 상폐 기준 아래로 떨어졌고, LDK는 나머지 기업 가운데 가장 낮은 1.30달러를 기록하며 위험수위에 노출돼 있다.
 
특히 LDK는 중국 내 각 지방정부에서 끌어다 쓴 지방채 규모 크기가 때문에 조만간 정리 수준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기용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그 동안 중국 정부가 태양광 기업을 대상으로 살생부를 발표한다고 했으나 '살'은 없었고, '생'만 있었다"면서 "올해부터는 중국정부가 태양광 산업에 예전만큼 자금지원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부채가 많은 LDK가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선텍의 채무불이행이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OCI와 한화솔라원이 선텍 사태의 직간접적 영향권에 든 것으로 보고 있다. 선텍은 OCI에서 원재료를 사가는 고객사이기도 하지만 한화솔라원에는 강력한 경쟁 상대다.
 
관련 업계에서는 OCI가 선텍과 맺은 장기공급계약이 전체 매출의 10% 내외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급처가 축소되는 것은 아쉽지만, 이미 받아놓은 선수금이 있기 때문에 제한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화솔라원의 경우 한화그룹에 속해 있다는 점 때문에 재무적 안정성이 경쟁력으로 부각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선텍의 부도로 생산이 중단될 경우 중국내 모듈 생산능력은 6~8% 정도 감소될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선텍의 몫을 다른 태양광 기업들이 나눠먹는 꼴이 되기 때문에 매출에 직접적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중국굴지의 모듈 업체조차 쓰러지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제품 뿐만 아니라 기업의 재무적 안정성이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모듈의 출력 보증기간이 25년이나 되기 때문에 태양광을 단독으로 하는 기업보단 여러 사업군을 함께하는 기업의 선호가 두드러질 것"이라면서 "한화솔라원도 선텍 사태의 반사이익을 누리는 기업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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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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