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부들 `금 사재기` 기승..과세방침도 못 세운 정부

금괴 양도해도 세금한푼 안 내..`대형 지하경제` 방관

입력 : 2013-03-21 오전 8:42:19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시중에 골드바(금괴)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떨어진 금값과 저금리기조를 감안하면 투자처로 적절하다는 판단도 가능하지만 거래증가 속도가 일반적이지 않은 수준이다.
 
귀금속 유통업체 한국금거래소의 판매실적은 지난해 1월 4억원에서 12월 25억원으로 5배 이상 급증했다.
 
'금괴열풍'은 올해 들어 더 뜨거워지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골드바를 취급하는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 거액 자산가의 자산관리 서비스)센터에는 골드바 주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올 2월 판매량이 전년 동기대비 배 수준으로 늘었다.
 
자산가들이 골드바를 매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금값 상승시 기대할 수익때문이지만, '절세'의 목적도 아주 크다.
 
국민은행 PB센터 관계자는 "아무래도 저금리다보니 3~5년을 내다보고 금값이 상승했을 때 인플레이션 대비 수익률이 높을 것이라는 측면이 있다"면서 아울러 "증여나 상속이 용이한 측면도 크다"고 전했다.
 
실제로 현행 세법에는 골드바를 양도하거나 증여, 상속할 때 종합소득세나 양도소득세, 상속세나 증여세를 과세할 근거가 없다.
 
법인이 금 등 귀금속을 매매해 이익을 얻은 경우 소득세 또는 법인세가 부과되고, 개인이 금통장(골드뱅킹)을 통해 금을 거래한 후 발생한 이익에 배당소득세가 부과되긴 하지만 금괴 등 귀금속 현물을 주고받을 때에는 아무런 세금부담이 없다.
 
100억원어치 골드바를 자녀에게 증여하더라도 증여세를 부담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금 현물거래는 사실상 과세사각지대인 지하경제에 해당되는 셈이다.
 
실제로 1kg짜리 골드바의 경우 6000만원 상당으로 상속이나 증여에 용이해 물량이 동날정도까지 판매되고 있다.
 
올해부터 금융종합소득 과세기준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강화되면서 골드바의 인기는 더 높아졌다. 골드바는 법적으로 화폐가 아니기 때문에 양도를 받더라도 금융소득이 아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을 낮추는 세법개정안이 발표된 후 월평균 골드바 판매량은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1~9월에는 월평균 200kg의 골드바가 팔렸지만 10월부터는 매달 400~500kg이 판매됐고, 11월부터는 일반 영업점에서 하루에 판매할 수 있는 골드바 수량을 제한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금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과세방법이 쉽지않다는 측면에서 현실화되지 못했다.
 
18대 국회에서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금괴 등 귀금속과 보석류의 양도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서도 소득세를 부과하자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상임위원회
도 통과하지 못했다.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문위원실은 "현재 개인의 귀금속 양도로 발생한 소득은 과세대상으로 열거되지 않아 입법의 흠결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과세기반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과세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문제는 과세방법이었다.
 
금괴나 귀금속을 주고받더라도 어디서 어떤 가격으로 주고받았는지를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금괴는 법적으로 화폐가 아니어서 소득세 과세대상이 아니다"라면서 "기본적으로 개인간의 거래를 확인하기가 어렵고, 금 현물의 가치도 등락이 계속되기 때문에 과세한다고 하더라도 납세협력비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개인이 소유한 금과 은, 귀금속의 양도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과세하고 있어 국내 환경에 맞는 과세방안을 찾는 노력은 필요하다.
 
올해부터 6000만원을 초과하는 미술품에 대해 양도소득세 과세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유사한 현물인 금괴 등의 양도에 대해서도 과세가 돼야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조세연구원에 따르면 2009년 기준 국내 금 유통량 120~150t 중 밀수와 무자료 거래 등 비정상적인 유통량은 60~70%에 달한다.
 
이와 관련 또 다른 재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어떻게 과세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도 되지 않고 있다. 귀금속 과세에 대해 연구와 고민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당국의 과세노력 부재를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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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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