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예전에는 한두 달에 한번씩은 백화점에 갔던 것 같은데, 요즘엔 분기에 한 번 갈까 말까 한다. 불황이 계속되니 자연스레 소비도 줄이게 된다. 설령 쇼핑을 하더라도 오프라인 현장에서는 입어보거나 만져보기만 하고, 구매는 집에 와서 온라인 쇼핑몰로 한다. 온라인에서 구매하면 할인 쿠폰 등 할인 받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는데 왜 현장에서 제 값 주고 사겠나."(28세, 직장인 신모씨)
장기불황이 계속되자 소비자들의 소비성향도 바뀌고 있다. 저성장 속 소비여력이 줄어들자 소비심리도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불황이 지속되자 백화점을 찾지 않고 지갑을 닫는 '소비회피', 그리고 이를 온라인몰이나 아울렛 등에서 합리적인 소비로 해결하려는 '우회소비' 등의 현상은 저성장 시대 속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사이버쇼핑 거래액은 32조3470억원으로 1년 전(29조720억원)에 비해 11.3% 증가했다.
거래액은 ▲2007년 15조7660억원 ▲2008년 18조1460억원 ▲2009년 20조6430억원 ▲2010년 25조2030억원 ▲2011년 29조720억원 ▲2012년 32조347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이는 불황 속 온라인 쇼핑몰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저성장 속 달라지고 있는 소비성향은 선진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발간한 '선진국 소비 트렌드와 글로벌 기업의 대응'이란 보고서를 보면,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선진국은 소비심리가 악화되면서 소비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특히 경제상황에 대한 불안이 상시화되고 경기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확산되면서 불황형 소비형태가 일상적 현상으로 정착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중산층의 가구·가전·의류·신발 지출 비중이 저소득층보다 낮아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선진국에서도 소비자들이 지출가치를 극대화하는 절약형 소비 형태를 선호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제품을 살 때도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온라인 등을 이용하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선진국에서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체험한 후 가격이 낮은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쇼루밍(showrooming)' 현상도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선진국에서는 고령화 등으로 건강·안정 등의 가치를 중시하는 성향이 커지면서 힐링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스마트폰·TV 등 혁신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박현수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선진국에서는 긴축정책 등으로 저성장이 장기화되면서 소비기반이 위축되고 핵심 소비층인 중산층 비중도 감소하고 있다"며 "여기에 고령화와 기술혁신 경쟁 등이 가세해 소비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역시 저성장 지속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가치소비가 확산되면서 최근 소비환경은 '아껴 쓰고, 바르게 쓰며, 똑똑하게 쓰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소비의 새물결이 마케팅을 바꾼다'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기추세성장률은 지난 1970~1980년대 10% 고도성장기와 1990년대 외환위기 이후 5%대를 지나, 금융위기 이후 3% 후반대로 하락했다.
특히 금융불안, 물가인상, 주택경지침체로 다양한 '푸어(Poor)세대'가 등장하면서 소비심리는 지난 2009년 1분기 이후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고성장시대의 풍요롭고 낙관적인 소비패턴이 사라지고 가격에 민간해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와 적합한지를 따지는 가치소비 트렌드가 정착하게 됐다는 것.
이동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와 같은 저성장 시대 속 '아껴 쓰고, 바르게 쓰며, 똑똑하게 쓰는' 소비현상이 확산되고 있다"소비자는 소비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 과정에 참여하고, 사회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나만의 스타일을 주도하는 신(新)소비자로 변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