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유가, 한달여만에 최고.."100달러가 적절"

입력 : 2013-03-26 오후 6:22:56
[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국제유가가 한달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키프로스가 구제금융을 받기로 합의하면서 이 지역의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잦아들었기 때문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들은 24일(현지시간) 6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키프로스 구제금융안을 최종 승인했다. 이에 따라 키프로스는 유럽연합(EU)·유럽중앙은행(ECB)·국제통화기금(IMF) 등 트로이카로부터 100억유로 규모의 자금 지원을 받게 됐다.
 
상품시장 전문가들은 유로존 경제전망이 밝아졌다며,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완화로 인한 긍정적인 원유 수요 전망을 내놓고 있다.
 
◇WTI, 배럴당 94.81로 마감..2월19일 이후 최고치
 
◇WTI 근월물 가격 추이(출처:CME)
이번달 들어 국제유가는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거래일 대비 1.10달러(1.2%) 상승한 배럴당 94.81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배럴당 96.66달러를 기록했던 지난달 19일 이후 최고치다. 또 이번달 최저치 배럴당 90.12달러를 기록했던 지난 5일 가격에 비해 5% 이상 상승한 것이다.
 
이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근월물 역시 전거래일보다 0.51달러(0.5%) 상승한 배럴당 108.71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브렌트유는 지난달 8일 종가 기준으로 연고점인 118.90을 기록한 이후 하락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주 WTI에 대한 브렌트유의 스프레드(가격차)는 축소돼 주간 기준으로 배럴당 13달러대로 진입했다. 이는 지난해 6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원유시장, 불확실성 완화로 수급 개선될 듯
 
전문가들은 유로존에 따른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가 완화된 가운데 원유 수급이 개선돼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시각이다.
 
티나 솔트버트 노르디아뱅크 애널리스트는 "키프로스 문제에 따른 시장의 불확실성이 완화됐다"며 "세계 경기가 회복됨에 따라 원유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테츠 에모리 아스트맥스투자관리의 펀드매니저는 "키프로스 사태를 포함한 유로존 위기의 회복 조짐이 나타나면 상품 시장은 긍정적인 흐름을 나타낸다"며 "매도세가 확연히 줄어들고 있고 유가가 90달러 부근에서 이미 바닥을 찍었기 때문에 원유 시장이 당분간 호조를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경제지표가 확실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점 역시 원유 수요 전망을 높이고 있다. 특히 지난주에 4주 평균 신규 실업수당청구건수가 2008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경기 회복에 대한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샬 길버트 튜크리움 트레이딩 펀드매니저는 "미국 경제지표가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주면서 원자재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상품선물거래소(CFTC)에 따르면, 지난 12~19일 한주간 투기 거래자들의 원유를 포함한 원자재 선물옵션 순매수 포지션이 8개월내 최대폭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그만큼 상품 가격 상승에 공격적으로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원유 수요에 대해 우려하는 대조적인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달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에 이어 올해 원유 수요 증가폭 전망을 기존 전망치에서 하루 20만배럴 추가로 낮춘 바 있다.
 
IEA 관계자는 "원유 가격 상승과 세계경제 성장 부진 때문에 오히려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며 "중국의 기업심리 악화, 유럽 고용 부진 등을 고려하면 원유 수요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배럴당 100달러 수준이 적절" 한 목소리
 
석유수출기구(OPEC)에서도 국제 유가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알 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유가가 1997년에는 배럴당 20달러, 2006년에는 27달러가 적당했다"며 "하지만 현재는 100달러가 적절하다"고 말했다.
 
하니 후세인 쿠웨이트 석유장관 역시 "약간의 과잉공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시장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라며 "배럴당 100달러 수준의 유가가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쿠웨이트의 산유량은 현재 일부 정비 공사 문제로 하루 평균 300만 배럴에 약간 못 미친다"며 "공사가 곧 끝나는 대로 하루 평균 300만 배럴 수준으로 곧 복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호세 마리아 보텔로드 바스콘셀로스 앙골라 석유장관도 "올해 가격 상승을 지지할 만한 요인들이 많다"며 "올해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유지할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반면 유가 상승세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데이비드 레녹스 팻프로펫츠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WTI가 올해 배럴당 95달러 돌파를 계속 시도할 것"이라면서도 "시장에 충격을 줄만큼의 수급 관련 호재가 없을 경우에는 그 이상의 추가 상승은 제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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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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