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아시아개발은행(ADB) 차기 총재 후보로 일본인이 단독 입후보한 가운데 같은 출자국인 중국이 후보 신청을 하지 않은 이유가 주목되고 있다.
4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일본에게 ADB 총재직의 중요성은 점차 부각되고 있다. 1996년 ADB 설립 이후 일본이 8대 연속 총재직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ADB 신임 총재 선거에 나카오 다케히코 일본 재무관이 단독 입후보해 차기 총재직 역시 일본 몫이 될 전망이다.
앞서 총재직을 두고 중국과 일본이 경쟁할 가능성도 거론됐었지만 중국 후보는 예상과 달리 나타나지 않았다.
시에슈런 전 중국 재정부 부장은 중국인이 총재직에 지원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중국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는 중국이 ADB로부터 빌린 막대한 차관 때문이다.
2011년에 중국은 인도에 이어 두 번째로 ADB 자금을 많이 빌린 국가로 알려졌다. 실제로 중국은 ADB 가입 이후 2011년까지 ADB로부터 약 260억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또 중국은 ADB에 105억달러를 출자할 것으로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5억2300만달러만 출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현재 중국의 ADB출자율은 6.46%에 불과해 이 비율에 따라 투표권이 달라지는 총재직 투표에서 중국은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
중국 외교부 역시 중국이 총재직을 놓고 일본에 맞서는 것을 반대했다. 일본이 지난해 9월 센카쿠(댜오위다오) 국유화를 추진한 이후 중·일 양국간의 관계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본이 총재직을 독점하는 관행을 없애기 위해 중국이 ADB내 입지를 확고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탕민 우성기업가부빈기금회 부이사장은 "다국적 조직에서 수장 자리를 뽑는 것은 주요 출자국들 간의 경쟁 게임과 같다"며 "중국이 ADB 내에서 권리를 더 강력하게 주장하지 않으면 일본이 총재직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모두에게 당연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ADB 경영에 더 많이 참여할수록 일본과의 경제 협력이 더 강화되고 출자국으로서의 중국의 책임감이 더 부각돼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 밖에 중국이 3조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어 ADB에 공헌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ADB 내 일본 영향력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