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설마 달러당 100엔 시대, 한국경제는 '시름'

입력 : 2013-04-15 오후 4:26:23
[뉴스토마토 홍은성기자]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양적완화 정책에 최악의 시나리오로 생각됐던 달러당 100엔 시대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설마설마 했던 엔저 기조가 우리나라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국이 일본의 통화정책에 대해 처음으로 쓴 소리를 하고 나서, 향후 엔화의 흐름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엔/달러 100엔 돌파 코 앞, 韓 경제..’시름’
 
15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 14% 가까이 상승하며 전세계 통화 중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이달 들어서는 일본은행(BOJ)이 본원통화량을 2배로 늘리고 매입 국채의 평균 잔존만기를 3~7년으로 늘리는 등 양적·질적 통화완화책을 발표한 탓에 지난 11일 엔화는 달러당 99.84엔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 2009년 4월 이후 최고치로, 전문가들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았던 달러당 100엔 시대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엔·달러 환율이 100엔으로 상승하면 한국 총 수출은 약 3.4%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엔·달러 환율 상승이 수출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철강, 석유화학, 기계 산업 등이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엔·달러 환율이 100엔으로 상승할 경우 일본과 수출경합도가 높은 철강 4.8%, 석유화학 4.1%, 기계는 3.4%씩 수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2월 한국과 일본이 세계 시장에서 경합하는 49개 수출품 가운데 절반인 24개 품목이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들 중 21개는 지난 해까지 성장세를 보였지만 올해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
 
품목별로는 우리나라 10위권 내 주력수출품이면서 일본과의 경합도가 큰 석유제품·자동차·기계류 등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부터 급속히 진행된 엔저 현상이 국내 수출품에 본격적으로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는 분석에 힘을 실어주는 증거다.
 
◇美, 日 통화정책 ‘압박’..엔화 약세 제동 걸리나
 
이러한 가운데 그간 일본의 인위적인 엔화 평가절하에 대해 특별한 코멘트를 하지 않았던 미국이 일본의 환율 정책에 쓴 소리를 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지난 13일 오바마 행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반기 환율 보고서에서 “앞으로 일본의 통화정책을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며 “일본은 경쟁력을 목적으로 통화 가치를 내려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은 인위적 환율 조정을 자제하기로 한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며 “일본이 경쟁 목적으로 엔화를 평가절하하지 못하도록 계속 압박하겠다”고 말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연초 이후의 엔 약세는 BOJ의 공격적인 대책을 이미 상당 부분 선반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여기에 구로다 BOJ 총재가 추가 양적완화 조치가 없을 것이라고 한 점, 미국의 엔 약세 지지 철회 조짐 등은 엔 약세가 조정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종수 NH농협증권 이코노미스트도 “이번 환율정책 보고서는 미국 마저도 가파른 엔화 약세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가파른 엔화 약세를 용인할 수 없는 주변국의 이해관계로 인해 향후 엔·달러 환율은 윗단이 갇힌 제한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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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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