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스토리)살인만큼 무거운 범죄 '편법증여'

입력 : 2013-04-15 오후 5:42:36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죄 짓고는 못 산다"는 옛말이 있지만, 사실 현실세계에서 죄를 짓고도 뻔뻔하게 잘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죄를 처벌할 사람들이 죄를 발견하지 못했거나 죄를 발견하고도 처벌의 시기를 놓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공소시효'(公訴時效)라는 기한이 있어서 일정 기한이 지난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있는 기회를 사라지게 하는 것은 이런 사람들을 직간접적으로 양산하기도 하죠.
 
죄를 지었으면 처벌을 받아야지 불공정하게 공소시효가 왜 있느냐는 물음이 있을 수 있지만, 공소시효는 오히려 재판의 공정성을 위해 존재한답니다.
 
범죄 발생이후 너무 오랜 기간이 지나면 사건에 대한 기록이나 기억이 훼손되고 장기간 처벌을 하지 못한 것을 범인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이 부당하다고 판단하는 것이죠.
 
뿐만아니라 장기미해결사건을 수사하는 것이 수사의 효율성과 적시성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도 공소시효의 존재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현재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는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의 경우 25년, 무기형에 해당하는 범죄는 15년, 10년 이상의 유기형에 해당하는 범죄는 10년 등으로 세분화돼 있는데요.
 
내란죄나 외환죄, 집단살해죄 등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기도 합니다.
 
특히 사형에 해당되는 범죄의 경우 과거에는 공소시효가 15년이었지만, 화성연쇄살인사건,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등이 장기미결처리되면서 2007년에 25년으로 공소시효가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형사처벌에서 공소시효가 있는 것 처럼 세금을 부과하는데에도 공소시효와 같은 '부과제척기간'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국세부과제척기간은 국세를 과세나 고지(부과)할 수 있는 기간을 말하는데요. 부과제척기간이 지나면 세금이 탈루됐다고 하더라도 과세할 수 없습니다.
 
탈세를 하고도 이 기간만 잘 견디면(?) 세금을 안낼수도 있다는 겁니다.
 
국세부과제척기간도 공소시효와 같이 사건의 심각성에 따라 기간이 차등화 되어 있는데요.
 
일반적인 부과제척기간은 5년이지만 납세자가 법정신고기한을 넘겨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에는 7년으로 늘어나고, 납세자가 '부정한 행위'로 소득세나 법인세, 부가가치세를 탈루해 가산세를 물어야 하는 경우에는 10년까지도 과세할 수 있도록 기한이 크게 늘게 됩니다.
 
특히 세목중에서도 상속세와 증여세의 경우에는 기본적인 부과제척기간이 10년으로 길고, 기타 부정한 행위로 고의적으로 탈세하거나 환급받거나 공제받은 경우에는 부과제척기한이 15년까지 늘어납니다.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기준으로 보자면 사실상 무기징역형과 동등한 기준이구요. 2007년 법개정 전으로 보자면 사형의 공소시효 기준과 동일한 수준입니다.
 
상속세나 증여세를 악의적으로 탈루한 경우를 사형이나 무기징역 수준까지 흉악한 범죄로 보고 있다는 것이죠.
 
최근에 재벌가(家)의 '편법증여' 문제로 국세청이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15년의 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한 덕분인데요.
 
사실 재벌들의 편법증여는 2004년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가 도입되면서부터 과세할수 있느냐 없느냐를 놓고 말들이 많았었는데, 이번에 감사원이 그동안 '부실과세'한 국세청을 혼쭐내면서 과거에 발생했던 편법증여까지 전면 재검토해서 과세여부를 판단하게 된 것입니다.
 
무려 15년 전의 일까지 과세할수 있기 때문에 잘 알려진 현대자동차와 SK그룹 등 일부 대기업의 편법상속과 증여가 한꺼번에 거액의 세금으로 돌아올수도 있게 된 것이죠.
 
현행 상속·증여세법에 따라 이들 대기업 오너일가들은 10%에서 최고 50%의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감사원 지적대로라면 오너일가의 사정에 따라 수천억대의 세금도 추징될수 있다는 겁니다.
 
뒤늦게 추징에 나선 국세청의 상속·증여세의 포괄주의 과세 소급적용의 논란은 접어두고서라도 십수년만에 수백억에서 수천억원을 토해낼수도 있는 재벌가의 안타까운(?) 사연은 편법상속과 편법증여는 사형을 받을 수 있는 범죄와도 같은 수준이라는 것을 사회에 각인시켜주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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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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