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본점 인원을 줄였는데 여전히 본점 근무를 희망하는 직원들이 많은 것을 보니 본점 인원을 더 줄여 일을 힘들게 해야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2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은행 영업점 근무를 희망하는 직원이 많은 조직이 건강한 조직"이라며 "올해는 경영진부터 일선 행원까지 함께 풀어나가는 영업혁신 과제를 통해 건강한 은행 조직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초의 내부 출신 행장인 이 행장은 여의도중앙지점장과 여신지원본부장, 기업금융고객본부장, 경영기획본부장, 수석부행장 등 영업의 핵심 분야를 두루 거친 영업전문가 출신답게 영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이 행장은 "올해는 영업환경이 더 악화되겠지만 영업력 강화를 통해 1조 원 이상 당기순이익을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 여파로 작년에 예금보험공사와 체결한 경영이행약정(MOU)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창립 110주년을 맞는 올해는 유동성과 건전성, 수익성 강화에 총력을 쏟아 영업 실적을 대폭 향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 "110주년 맞아 1등은행 실현"
- 올해는 창립 110주년이 되는 해인데 포부는.
▲ 창립일은 1월4일이지만 토요일인 1월10일에 창립 110주년 기념식을 하기로 했다.
각계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40여 명의 선배를 포함해 1만여 명 정도가 모여 창립 110주년 기념식을 할 예정이다. 2009 경영전략 회의와 위기극복을 위한 임직원결의대회 등으로 일체감 형성을 통해 '우리나라 1등은행'의 꿈 실현을 앞당겨 나가겠다.
- 올해 영업환경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데 역점을 둘 분야는.
▲ 올해 상반기에도 경기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은행이 임무를 떠안을 수밖에 없어 대손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며 금리 하락기여서 순이자마진(NIM) 등 수익성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펀드와 방카슈랑스, 투자금융(IB) 등 분야에서의 수수료 수입도 줄어들 것이다.
우리은행은 금융환경의 불안정성이 심화될 것을 대비해 유동성과 건전성, 수익성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인원 동결과 점포통폐합, 예산 절감 등을 통한 긴축경영을 추진하는 등 기초체력 강화에 역점을 둬 올해 당기순이익을 1조 원 이상 달성할 계획이다.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관련 채권 3억 달러가량을 작년 4분기 손실로 처리해 작년 하반기 MOU 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는 부담없이 영업에 매진할 수 있을 것이다.
◇ "영업점 자율성 높여 경쟁력 강화"
- 올해 영업 강화 전략은.
▲ 올해 KPI 항목 수를 대폭 축소했다.
방카슈랑스와 펀드, 외환, 청약저축 항목 등을 비이자 수익으로 합쳐 영업점 특성에 맞게 실적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영업점 자율성이 확대되고 과열 경쟁에 따른 불완전 판매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자금 조달과 수신 쪽 평가 비중을 크게 높였다. 유동성 확보를 통해 시장성 수신을 줄이면 시장 변동성 확대에도 큰 지장을 받지 않게 되고 비용도 적게 든다.
또 영업력 강화를 위해 최근 인사에서 본점 인력을 영업점으로 배치해 전체 인력의 20% 이내로 줄였다.
- 자본 확충 계획은 마련했나.
▲ 당국이 국제결제은행(BIS)기준 기본자본비율 9% 이상을 권고한 것은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충분한 버퍼를 가져야 장래 변동성 확대에 대비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채권 발행 등 자체 노력에 의한 자본확충에 주력해 BIS 비율을 9% 이상 유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시장 상황을 고려해 자본확충펀드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기업 구조조정 선도할 것"
- 은행권 인수.합병 바람이 불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나.
▲ 우리은행은 현재 M&A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 현 금융상황을 고려해 체질강화에 먼저 주력할 계획이다.
-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 우리은행이 신속한 의사 결정을 통해 선도적으로 움직여 다른 은행이 쫓아오도록 하는 것이 정부 지원으로 살아난 은행으로서의 사명감이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분야 전문 인력도 늘어나 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퇴출기업에 대한 구분이 신속히 이뤄져야 회생 가능한 기업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게 된다. 정부와 유기적 협력을 통해 부실기업을 선별하고 회생 가능한 기업에 신속하게 자금을 지원하는 등 구조조정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