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국세청을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과 묶어서 4대 권력기관으로 부르는 데는 그만큼 세금의 징수권한이라는 것이 중요하고 막강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인 납세의 의무의 이행여부를 감시하고, 국가재정의 근간인 세금을 거두는 중요한 일을 하는 기관이니 권력이 자연스럽게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그런데 최근 국세청의 권력이 더욱 강력해지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잦아졌습니다.
이른바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대통령의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국세청이 앞장서게 되면서 국세청으로의 권력집중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검찰도, 경찰도, 국가정보원도 찾아내지 못했던 지하에 숨어 있는 세금의 원천을 찾아내려다 보니 그들보다 더 많은 능력을 보유해야만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국세청이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금융정보를 보다 더 많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하게 하고, 금융감독원의 주식거래정보는 물론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조사 정보까지 국세청에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 실제로 이런 내용의 권력강화 방안들은 법개정이 추진중이기도 해서 정보가 특정기관에 집중되는 '빅브라더'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돕니다.
여기에 국세청은 그동안 해 왔던 권력행사를 더 강하게 하겠다는 의지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국세청의 최고 권한인 세무조사를 공개적으로 더 많이 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것인데요.
최근에는 이른바 '노력세수'라는 단어까지 사용해 가며 세무조사 건수를 대폭 늘리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노력세수'라는 단어는 사실 그동안 국세청에서는 '금기어'에 해당됐습니다.
노력한 만큼 세금을 걷을 수 있다는 표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죠.
아울러 노력해서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다면 그동안은 노력하지 않고 뭘 했냐는 비판도 따를 수 있습니다.
국세청은 자발적인 신고납부에 의한 세수입 외에 세무조사나 자료처리, 체납세금 징수 등 세무행정력에 의한 추가세수를 '노력세수'라고 확대해석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노력세수'라는 단어를 공개적으로 꺼냄과 동시에 "조사하면 다 나온다"는 세무조사의 속설은 사실로 확인된 셈입니다.
실제로 세무조사 업무를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국세청 내부 업무지침(조사사무처리규정)은 20년간 제대로 공개된 적이 없는 비밀중의 비밀입니다.
법령이 아니라 국세청 훈령이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어떤 내용으로 고쳐지는 지도 알기 어렵습니다.
세무조사의 근거와 관련 규정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지만, 국세청의 권력은 이런 목소리도 잠재우기에 충분했습니다. 입법권이 있는 국회의원들도 다 세무조사 대상이 될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불완전한 세법은 세무공무원들의 자의적인 법해석도 가능하게 하고 있어서 조사를 받는 납세자 기업들은 세금을 아예 추징당하지 않는 것은 포기한지 오래됐습니다. 조금이라도 적게 내는 것이 목표죠.
실제로 세무조사를 나간 조사공무원들이 빈손으로 돌아오는 경우는 없다고 합니다. 세법을 이리저리 뜯어서 대입해 보면 다 나온다는 겁니다.
국세청의 공언대로 요즘 세무조사의 칼날은 그 어느 때보다 매섭게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정기조사만 해도 매출 500억원 이상인 기업 중에서만 1170곳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는데, 지난해보다 무려 240곳이나 더 많은 숫자입니다. 세무조사를 하는 공무원들도 전국적으로 400명이나 늘렸습니다.
그동안 노력하지 않은 것을 한꺼번에 하다보니 탈이나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앞섭니다.
세금민원을 해결하던 세무공무원들까지 조사에 투입되다보면 억울한 납세자의 민원해결은 더욱 어려워 질 것이구요.
세무조사의 목적이 납세자가 세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신고를 성실히 이행했는가보다 어떻게든 덜 낸 세금을 걷기 위한 것에 맞춰지다보면 납세자들의 저항도 심해질 겁니다.
또 세금을 조금이라도 덜 내려는 납세자들의 몸부림은 국세청의 비리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국세청의 권력이 강했던 예전처럼 국세청장들이 하나둘씩 옥살이를 해야하는 상황이 또다시 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죠.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선의의 목적이 '가렴주구'(苛斂誅求)라는 악의의 결론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