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사라진 IT..'저무는 애플, 길잃은 삼성'

애플, 실적 부진에 ‘몸살’..삼성은 차기제품 로드맵 혼란

입력 : 2013-04-23 오후 3:43:12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IT의 공룡, 애플과 삼성전자가 서로 다른 고민에 빠졌다.
 
애플은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의 악순환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 반면 삼성은 실적만큼은 고공행진 중이지만 스마트폰 이외에 태블릿PC, 스마트카메라 등 차기 제품군이 아직 확실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게 걱정이다.
 
우선 올 1분기 실적에서는 애플과 삼성전자(005930)의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4 출시로 인한 수익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8조7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사실상 '어닝 서프라이즈'를 예고했다. 
 
이에 반해 애플은 실적 악화에 CEO 교체설까지 나돌며 불확실성이 커졌다. 스티브 잡스의 부재가 결국 애플을 도태의 위기로까지 내몬 것이다. 물론 최대 라이벌인 삼성의 선전에 시장을 뺏긴 것이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23일(현지시간) 1분기 실적을 내놓는 애플은 최근 10년만에 처음으로 수익 하락이 예상된다. 경쟁사들이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는데 반해 애플은 지난해 9월 아이폰5와 10월 아이패드 미니를 출시한 이후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때 독무대나 다름 없었던 태블릿PC시장 점유율마저 급락세로 돌아섰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가  연대하면서 애플의 경영환경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드로이드가 무려 수십 종에 달하는 '갤럭시 시리즈'를 타고 급격한 속도로 확산되면서 애플이 아이폰, 아이패드 등 주력 라인업에서 힘을 잃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큰 애플의 패인은 '혁신 없는 시장'에서의 극한 경쟁이었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이를 두고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한 이후 한때 '혁신'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던 스마트폰은 혁신이 정체되면서 이제 브랜드 파워와 마케팅, 시장지배력이 이끄는 시장으로 변모했다"고 진단했다.
 
실제 올 들어 출시된 각 제조사들의 하이엔드 스마트폰 신제품들이 알루미늄·메탈 등의 하드웨어 소재나 디자인을 강조하거나 PC, 생활가전 부문에서 사용된  기능을 스마트폰으로 옮겨 심는 등 경쟁적 부문이 변모했다. 바로 이 점이 업계 전반에 걸쳐 혁신의 동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
 
애플의 부진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스티브 잡스의 사망과 함께 혁신을 잃으면서 애플은 ‘가치 중심’의 시장이 아닌 마케팅과 가격 경쟁력 중심의 스마트폰 시장 상황에 처해야 했고, 이곳에서 삼성전자의 적수가 되기는 어려웠다. 뒤늦게 애플이 그간의 프리미엄 전략을 버리고 저가형 아이폰 출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다.
 
설상가상으로 이제 부품 공급업자들마저 애플을 떠나고 있다. 과거 애플의 부품공급사로 선정되면 주가상승과 함께 매출성장의 보증수표를 얻었지만 이제는 가혹한 단가인하 요구에다 매출마저 불투명해지면서 주요 부품업체들이 공급물량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내일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갤럭시 시리즈의 스마트폰 이후에 내놓을 라인업이 마땅치 않다는 게 가장 큰 고민이다.  최근 가트너 등 시장조사기관에서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이번 갤럭시S4를 정점으로 하향세를 그릴 것이란 보고서를 속속 내놓고 있다.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스마트폰 이후 삼성전자의 주력 아이템으로 꼽히는 태블릿PC도 아이패드, 넥서스 시리즈와 비교해 이렇다 할 차별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애플보다 먼저 7인치 태블릿PC 갤럭시탭2를 선보이고도 이후 등장한 애플의 아이패드 미니, 구글의 넥서스7 등에 '7인치 시장' 주도권을 빼앗긴 바 있다.
 
최근 내놓은 갤럭시노트 8.0은 기존 히트작인 갤럭시노트2를 태블릿 형태로 전환해 제품 카테고리를 확장하려는 시도로 판단된다. 태블릿에 S펜을 탑재하는 등 특징적인 포인트를 갖고 있지만 기존 패블릿, 태블릿 라인업이 지닌 제품 골격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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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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