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자금들이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몰리고 있지만 증권사들의 속내를 보면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CMA에 단기성 자금이 유입될수록 증권사들은 손해를 보면서 이자를 지급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반년 만에 CMA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 인하에 나섰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DB
대우증권(006800)은 지난 1일 CMA 기본수익률을 2.70%에서 2.65%로 0.05%포인트 낮췄다.
삼성증권(016360)은 15일부터 CMA RP 금리를 기존 2.70%에서 2.60%로 조정했다.
◇일반 RP 및 RP형 CMA 수익률 변경 안내 (사진자료=대우증권 홈페이지)
최근 업계에서는 저성장 속에서 저금리 기조가 한 동안 이어질 것이란 전략이 우세하다.
이에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CMA를 유치했던 지난 2008년보다 더 많은 자금이 CMA로 유입되고 있다.
지난 25일 기준으로 전체 CMA 잔고는 42조5850억원으로 집계됐다. 2008년에 기록한 30조원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펀드 등의 상품에 장기간 자금을 예치할 여건이 안되거나 증시 부진·과세 기준 강화 등으로 인해 투자처를 차지 못한 대기성 단기 자금이 CMA에 머무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CMA는 투자자가 맡긴 돈을 어음·채권 등에 투자해 자금을 불려주는 계좌다. 언제든 입출금할 수 있고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받을 수 있어 자금을 끌어 당기고 있다.
증권사들도 이달들어 CMA 금리를 낮추기 시작했다.
증권업계로서는 CMA 자체만으로 수익이 나지 않을 뿐더러 경기 침체와 증권업황 악화를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
사실상 증권사들은 약정한 금리를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에 도달했다. 통상 CMA는 조달금리(은행내부의 기준금리)와 운용금리(내가 투자한 상품의 수익률)로 구성되는데 6개월째 이어진 기준금리 동결로 인해 운용금리가 낮게 형성됐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CMA는 잔존만기 1년 미만의 단기 채권을 주로 운용하고 있는데 기준금리 동결 때문에 채권금리가 상승했다"면서 "이로 인해 단기 채권 가격이 많이 내려가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고채 수익률을 보면 지난 10일 3년물은 2.48%, 5년물은 2.58%를 기록했다. 그러나 기준금리 동결 결정 후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이달 25일 기준으로 각각 2.96%, 2.67%까지 올랐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미 매수한 채권은 금리와 무관하게 만기 시 평가이익을 볼 수 있으나 만기가 끝난 채권이나 새롭게 유입되는 자금이 문제"라면서 "운영금리가 낮아졌기 때문에 신규로 편입되는 채권은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상황에서 조달금리보다 운용금리가 더 낮기 때문에 자금이 CMA로 유입될수록 증권사에겐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따라서 역마진을 일정 부문 해소하기 위해 증권사들이 조달금리 인하에 나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어닝쇼크에 시달리는 등 상황이 매우 좋지 않은데 당분간 기준금리 역시 증권업계에 우호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걱정이 많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