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영기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정부의 일방적 문제 해결 방식에 난감해 하고 있다. 생사가 걸린 이해 당사자들과의 일체의 사전 조율 없이 북한에 최후통첩을 함으로써 긴장감만 높였다는 지적이다.
통일부는 지난 25일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에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을 제의하며 북한이 제안을 거절할 경우 ‘중대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다음날인 26일 정부의 실무회담 제의를 거절하는 한편 자신들이 먼저 중대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우리 정부와 북한의 막가파식 대립을 지켜보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의 속은 타들어만 갔다. 한 관계자는 "정부가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면 중대조치를 취하겠다는 제안에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며 "개성공단의 주인인 우리의 의사를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오는 30일 개성공단입주기업들이 도라산역에서 모여 남북 양측에 개성공단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을 가지려 했는데 정부 제의와 북한의 거부로 상황이 더 급박해졌다"고 난감함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중대조치로 개성공단의 남측 잔류 인원들마저 철수하라고 하면 그것은 곧 개성공단 철수를 의미한다"며 "개성공단 제조업들은 기계·설비 유지가 중요한데, 공단이 일시적으로라도 철수된다면 (입주기업들은) 한방에 무너진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정부가 개성공단 업체들과 단 한마디의 의견 조율 없이 무조건 따라오라는 식의 정책을 펴는 것은 난감하다"며 "정부의 개성공단 정책을 보면 개성공단 정상화에 우호적 입장이 아닌 것 같아 기대되는 것이 없다"고 불만을 표했다.
그러면서 "개성공단에 묶여있는 원부자재와 재고 25억원 등 50억원 정도의 피해를 보고 있어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호소했다. 이어지는 한마디, "우리가 바라는 것은 오직 개성공단 정상화"라는 절규는 벼랑 끝에 선 비명과도 같았다.
한편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25일(현지시간) UN 대변인 성명을 통해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깊은 우려감을 표명한다"며 "남북 간의 대화를 통해 개성공단 정상화가 이루어지길 희망한다"고 조속한 정상화를 촉구했다.
반 총장은 특히 "개성공단은 남북간 경제협력의 가교 역할을 해온 성공 사례로, 정치·군사적 상황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남북 실무회담 제의를 26일 북한이 거부하자 개성공단협회 관계자들이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