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인운하 사업에 속도를 내기로 한 것은 수해예방은 물론 물류비절감과 교통난 완화 등 녹색성장에도 필요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그동안 환경단체 등 반대진영의 "경제성이 없다"는 주장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재검토에서 근거없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 재추진 의지에 힘을 실어 준 것으로 보인다.
경인운하가 완공되면 수해예방과 물류난 해소는 물론 새로운 관광코스로도 각광받을 전망이다.
◇ KDI "경제성 있다" = 경인운하는 굴포천 유역의 상습적인 수해를 예방하기 위해 1992년 굴포천의 물을 서해로 빼는 방수로사업을 확대하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방수로(14.2㎞)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한강쪽으로 3.8㎞만 추가로 연결하면 홍수대비뿐 아니라 평상시에는 운하로 활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이에 따라 1995년 경인운하사업은 민간투자 대상사업으로 지정됐으나 환경단체 등의 문제제기로 인해 표류했으며 2003년 감사원의 재검토 의견을 수용해 일단 방수로 사업은 추진하고 경인운하는 재검토에 들어갔다.
당시 재검토에 들어간 이유는 환경 문제가 아니라 경제성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비용수익비율(B/C)이 0.92-1.28로 나왔으며 8가지 시나리오중 1개를 제외하고는 전부 경제성이 있다는 KDI의 연구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게 환경단체 등의 주장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재검토를 결정한 뒤 경제성을 분석하는 데 중점을 뒀고 운하전문기관인 네덜란드 DHV사에 의뢰한 결과 B/C가 1.76으로 경제성이 충분하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이러한 결과를 받은 뒤에도 정부는 경인운하 추진 의지를 확정짓지 못했으나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추진의사를 밝혔고 작년에는 KDI가 새로운 사업계획안을 놓고 경제성을 분석한 결과 B/C가 1.07로 나오자 추진을 결정하게 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KDI는 최대한 보수적인 기준을 놓고 경제성을 분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3.8㎞ 굴착. 2개터미널 조성 = 국토부가 확정한 사업계획에 따르면 경인운하는 폭 80m로 조성된다. 애초 100m로 계획됐던 데서 20m가 줄었다.
서해쪽과 한강쪽에 각각 들어서는 인천터미널과 김포터미널은 단순한 화물하역 공간 차원을 넘어 공원시설과 마리나시설까지 갖추는 것으로 변경됐다.
인천터미널내에는 108만㎡, 김포터미널내에는 74만6천㎡의 배후단지가 조성돼 화물창고, 분류.가공.조립시설, 유통시설 등이 들어선다.
인천터미널에는 갑문이 3개 만들어지고 컨테이너 3선석, 철강 2선석, 해사 5선석, 자동차 1선석, 여객 2선석이 마련된다. 김포터미널에는 갑문 1개와 컨테이너 4선석, 여객 5선석이 갖춰진다.
경인운하를 횡단하는 교량은 모두 12개로 이중 7개는 높이를 높여야 하며 운하의 남쪽을 따라 15.6㎞의 제방도로가 건설된다.
주운수로는 이미 조성된 굴포천 방수로 14.2㎞에 한강쪽으로 3.8㎞를 추가로 굴착해 총 18㎞이며 운항수심(6.3m)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 방수로를 추가 굴착하게 된다.
◇ 바다.강 겸용 4천t급 운항 = 경인운하를 운항하는 선박은 바다와 강을 모두 다닐 수 있는 RS(River & Sea) 4천t급으로 정해졌다. 애초에는 바다만 운항할 수 있는 2천500t급이었다.
RS 4천t급은 길이가 135m, 넓이는 16m이며 평균 160TEU, 최대 250TEU를 실을 수 있다.
부산의 화물을 경인운하를 통해 김포까지 수송할 경우에 소요되는 비용은 지금처럼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할 때에 비해 1TEU당 6만원이 절감될 것으로 국토부는 보고 있다.
또 경부고속도로 등 내륙을 이용하는 물동량을 일부 흡수할 것으로 보여 내륙교통난을 완화할 수 있으며 중국과 동남아에서도 선박을 이용해 김포까지 화물 운반이 가능해진다.
경인운하는 서울시가 한강르네상스 계획에 따라 추진중인 용산터미널이 완공될 경우 용산-중국 직항 국제여객선(5천t급) 운항이 가능해지고 요트 등 마리나선박이 한강을 출발해 서해까지 쉽게 나갈 수 있게 된다.
국토부는 2030년 기준 경인운하 이용 물동량이 컨테이너 97만TEU, 철강 765만t, 자동차 6천대, 해사 913만㎥, 여객 105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일자리 2만5천개 창출 = 정부는 경인운하 사업비로 2조2천500억 원을 계획하고 있다. 토지보상비 3천억 원은 국고에서 나가고 나머지는 수자원공사가 조달한다.
경인운하 건설에 따른 기대효과는 신규 일자리 2만5천개 창출과 생산유발효과 3조원으로 추정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경인운하가 완공된 이후에도 매년 1천350명의 운영요원이 필요하다.
굴포천 유역의 홍수 피해는 방수로 사업만으로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경인운하를 만들기로 함에 따라 홍수피해 예방은 물론 화물수송, 여객관광이라는 더 큰 성과물을 갖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방수로를 만들 경우 홍수가 내리는 연간 15일만 활용하게 되지만 운하가 만들어지면 일년내내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서 "방수로 구간의 수질오염과 건천화 등에 대한 우려도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