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블로그)먼지 쌓여가는 영상회의실..'날 좀 활용해주오'

입력 : 2013-05-01 오전 10:00:00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정부세종청사가 설립되면서 가장 주목받았던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영상회의실'이었습니다. 청사 이전에 따른 시간·거리 등 비효율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과천-세종을 잇는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자신있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출범 초, 영상회의실은 나름 글로벌 IT 강국답게 '스마트워크'의 상징으로 의기양양하게 기대를 받으면서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세종청사가 문을 연지 5개월여가 지난 지금, 영상회의실은 어떤 모습일까요. 자주 이용되고 있을 것이란 여러분의 예상과 달리 '먼지'만 쌓여가고 있습니다.
 
영상회의실을 만드는데만 14억원의 돈을 들였는데요. 투자한 14억원의 돈이 무색할 정도로 사람의 발길이 뜸한게 세종청사 영상회의실의 현실입니다.
 
◇정부세종청사의 국무회의 전용 영상회의실 모습
세종청사에는 범부처가 사용할 수 있는 영상회의실 외에도 국무총리실 건물 1동에 국무회의 전용 영상회의실도 있는데요. 이곳에는 37개 좌석에 150인치 영상 스크린 2개가 구비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곳 역시 먼지만 쌓여가는 '개점 휴업' 상태입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하루 전인 지난 30일 국무회의 전용 영상회의실이 문을 열었습니다.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국무회의를 서울-세종청사간 원격영상시스템을 이용해 영상회의로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영상회의실은 딱 9번 쓰였습니다. 그나마도 2번은 새 정부 출범 전 물가관계장관회의와 국무회의였고, 나머지 7번은 각 부처 대변인회의, 국무총리실 간부회의 등이었습니다.
 
이를 제외하면 여전히 국무회의 등 각 부처의 중요한 회의들은 전부 서울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만 해도 일주일에 경제관계장관회의, 대외경제장관회의, 물가관계차관회의 등 적어도 3번 이상의 회의가 서울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회의가 열릴 때마다 각 부처 장차관들은 물론, 주요 실국장들이 서울로 총출동하는 모습은 5개월여가 지난 지금도 세종청사에선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물론 영상회의가 갖는 한계점도 있습니다. 대면회의에 비해 영상회의는 참석자가 전체적인 회의 분위기를 알 수 없고, 단체토론도 어렵습니다.
 
또 육성 외에 미묘한 감정이나 표정의 변화 등을 전달하기에 부족하고, 특히 상하질서가 분명하고 디지털보다 아날로그 방식을 신뢰하는 공직사회 특유의 보수적 정서상 대면회의를 선호하는 것도 이유가 되겠죠.
 
무엇보다도 영상회의는 보안 등의 문제에서 가장 취약한데요. 영상회의를 할 경우, 비공개 회의도 회의 내용이 전부 영상기록으로 남게 돼 보안에 취약할 뿐더러 이 기록은 대외비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외부에서 요청이 들어올 경우 국회 보좌관 등 웬만한 사람은 다 열람이 가능합니다.
 
세종청사 한 공무원은 "업무 효율성을 따지자면 영상회의를 하는게 맞는데 현실적으로 잘 이뤄지기가 쉽지 않다"며 "보완상 한계가 있을 뿐더러 소통은 제대로 되는지, 상대방이 제대로 이해는 했는지 등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영 찜찜하고 불편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얼마 전, 국무조정실(국무총리실)이 업무 효율성을 빌미로 정부서울청사에 슬그머니 '재입주'한 사실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일침을 가한 적이 있었는데요.
 
박 대통령은 최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IT가 게임만 하는 데 쓰는 건 아니다.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는데, 안 하고 있는 게 있다"며 "화상회의 등 과학기술을 최대한 이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시도를 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는 세종시로 이전한 총리실이 화상회의 등을 통해 서울에 올라오지 않고도 회의를 할 수 있는데, 하루가 멀다 하고 서울에 올라오다 못해 급기야는 정부서울청사 9층 전체를 사실상 다 점유한 것을 두고 일침을 가한 것입니다.
 
박 대통령의 한마디로 30일 열린 국무회의는 이런 연유에서 세종청사의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것입니다. 대통령의 지적까지 나왔으니 앞으로는 세종시에서 진행되는 영상회의 횟수가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더구나 안전행정부에서 올해 안에 공무원끼리 앉은 자리에서 화상회의가 가능한 '정부 통합 의사소통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하니 세종시의 비효율은 줄어들 수 있겠지요.
 
영상회의가 만능은 아니지만 세종시와 서울 등에 떨어진 부처간 의사소통을 넓히고 불필요한 시간 낭비 등을 줄일려면 세종청사에도 영상회의시대가 어서 빨리 찾아와야겠습니다.
 
특히나 국민의 세금으로 영상회의실을 마련했는데 편익 비용을 생각하면 서둘러 정착시키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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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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