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을 풍자한 내용이 담긴 영화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에 매겨진 제한상영가 처분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11부(재판장 문준필)는 10일 '자가당착'의 제작사인 영화사 곡사의 대표 김병선씨(35)가 영상물등급위원회(영상위)를 상대로 낸 제한상영가 등급분류결정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영화의 예술성 주제와 폭력성, 선정성 등이 모두 제한상영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영화 '피에타' 등은 제도와 자본에 구속되지 않고 실험적 영화를 제작·상영할 수 있는 풍토에서 이뤄낸 쾌거"라며 "성인으로 하여금 이 영화를 관람하게 하고, 정치적·미학적 입장에 관해 자유로운 비판에 맡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 영화는 베를린국제영화제 등에서 공식 상영된 점과 영화진흥위원회가 예술영화로 인증한 점, 문화정책은 문화를 조성하는 데 두어야 하는 점 등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영화는 경찰의 마스코트인 포돌이를 주인공으로 해 사회 모순을 비판하려 한 것"이라며 "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거나 반사회적 행위를 미화·조장하려 한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청소년관람불가등급으로 분류된 영화 '킬빌'에서 선혈이 낭자하게 흐르는 장면이 나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영화가 선정적으로 관객을 자극하려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부분 성적 묘사가 인형의 신체를 통해 이뤄지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성적 상상이나 호기심을 불필요하게 부추기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일반 영화상영관에서 이 영화를 관람하지 못하게 한 것은 과도한 규제이고 재량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영화 자가당착에는 4대강 관련 내용 비판, 경찰 마스코트인 포돌이에 의해 경비원이 사망하는 장면, 쥐가 포돌이를 갉아먹는 장면 등이 등장한다.
영상위는 2011년 6월 영화 자가당착을 심사한 결과 심사위원 8명 가운데 7명이 제한상영가 의견을 낸 것을 토대로 제한상영가등급으로 분류했다.
당시 영상위는 '인권과 윤리에 어긋나는 잔혹한 장면이 다수 등장해 폭력성이 높다' 등의 이유를 들었다.
이에 김씨는 영상위에 다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분류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영상위는 심사위원 7명 가운데 5명의 의견을 반영해 자가당착을 다시 제한상영가등급으로 분류했고, 김씨는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