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사상 초유의 성추행 파문을 일으킨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과 관련해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서 귀국한 10일 밤 이남기 홍보수석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렇지만 "국민 여러분과 대통령께" 이 수석이 사과한다는 내용의 사과문에 정치권의 반응은 냉담하기 짝이 없는 상황.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이 수석의 사과문 발표 직후 서면브리핑에서 "청와대의 첫 반응이 민심과 동떨어져있는 것이어서 매우 실망스럽다"고 탄식했다.
박 대변인은 "참담한 사건에 충격을 받은 국민들에게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고, 이번 일에 대해 분명히 책임져야 할 청와대가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사건을 무마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수석은 국민과 대통령에게 사과한다고 했다"면서 "국민 반대를 무시하고 '오기 인사'를 한 박 대통령도 이 사건에 큰 책임이 있는 당사자"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통령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책임 있는 입장을 밝혀야지 청와대 홍보수석한테서 사과 받을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이 국민들의 생각"이라면서 "청와대와 박 대통령이 사건을 개인 문제로 호도하며 시간을 끄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자세로, 국민들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정미 진보정의당 대변인 역시 논평을 통해 "지난 3월 청와대 인사 파동을 잠재우기 위한 김행 대변인의 '17초 대독'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고 이 수석의 사과문 발표를 평가절하했다.
이 대변인은 "대통령의 사과가 아니라 청와대 홍보수석의 입을 빌려 4문장의 무성의한 사과문을 덜렁 대국민 사과랍시고 내놓았다"면서 "사과의 번지수도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애초 국민들의 반발을 무릎 쓰고 오기로 (윤 전 대변인) 임명을 밀어붙인 당사자가 누구인가. 사태를 이 지경까지 만들어온 사람은 정작 박근혜 대통령이 아닌가"라면서 "그런데 사과의 주체가 되어야 할 대통령에게 사과를 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과 성명을 국민들에게 받아들이라고 한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부적절한 행동에 부적절한 사과까지 청와대와 대통령의 행태가 국민들의 분노를 더욱 들끓게 만들고 있다"며 "박 대통령은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아야 한다. 윤 전 대변인 개인의 처벌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