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해명기자회견에서 청와대를 끌어들였다. 자신의 귀국이 상관의 지시라고 밝히면서, 윤 전 대변인 개인의 잘못이라고 주장했던 청와대는 사건을 은폐·축소시키려 했다는 역풍을 맞게 됐다.
11일 서울 종로구 하림각식당에서 성추행 혐의에 대한 기자 간담회를 연 윤 전 대변인은, 대통령 방미 일정 중간에 자신만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것은 상관인 이남기 홍보수석의 명령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남기 수석이 ‘재수가 없게 됐다, 성희롱에 대해서는 변명을 해봐야 납득이 되지 않으니 빨리 워싱턴을 떠나서 한국으로 돌아가야 되겠다’고 말했다”며 “나는 ‘내가 잘못이 없다. 해명을 해도 이 자리에서 하겠다’고 말했지만, 이 수석이 직책상 상관이기 때문에 지시를 받고 달러스 공항에 가서 인청공항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이는 청와대 측의 그간 해명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다.
청와대 측은 윤 전 대변인이 지시가 아니라 본인 스스로 귀국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남기 수석은 기자회견에서 “8일(미국 현지시간) 오전 9시30분쯤 선임 행정관에게 상황설명을 듣고 상의해 결정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었다.
윤 전 대변인은 주미 대사관 여자 인턴 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신고가 미국 경찰에 접수된 후, 한국으로 도망쳐왔다.
당시 미국에서 언론이 윤 전 대변인의 행방을 물었을 때 청와대 측은 "집안에 일이 생겨서 귀국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변인은 이에 대해서도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상황에 대해 양측의 말이 다르면서, 청와대가 사건을 축소•은폐하려고 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사건 이후 미국 교포 인터넷 커뮤니티 ‘미시 USA’에서는 책임자들이 성추행 사건을 무마시키려 한다며 도움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었다.
이언주 민주당 대변인은 “8일 오후 12시 30분에 미국 경찰에 성추행 신고가 접수되었는데, 윤 전 대변인은 오후 1시 30분 비즈니스석으로 귀국했다”며 “대통령의 대변인이 대통령에 사전 보고 없이 귀국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들고, 국제선의 경우 비행시간 2시간 전 체크인과 출국심사를 하게 돼 있는 점을 생각하면 사전에 정보를 입수하고 미리 도망시킨 ‘짜고 친 고스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사건이 국내에 알려진 10일 이남기 수석 이름으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사과문 내용이 부실하고, 윤 전 대변인 개인에게만 책임을 돌려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야당에서는 윤 전 대변인을 임명한 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