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국내증시 침체 여파로 국내 증권사들이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배당 잔치를 벌이는 증권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해당 증권사들은 주주 환원 차원에서 배당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대주주 잇속 챙기기는 물론 기업가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트레이드證, 영업익 감소에도 배당금 늘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이트레이드증권(078020)은 지난 10일 보통주 1주당 7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시가배당율은 0.6%로 배당금 총액은 26억3992만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보통주 1주당 50원과 비교해 40%나 증가한 수준이다. 배당금 총액도 전년대비(18억8885만원) 29.7%나 늘어났다.
이트레이드증권은 지난해 국제회계기준(IFRS) 개별기준 영업이익이 121억원으로 전년대비 70.5%나 줄었고, 순이익도 92억원으로 69.7%나 급감하는 등 실적이 크게 악화됐음에도 배당금 지급은 더 늘린 것이다.
이트레이드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차세대시스템 등 비용이 증가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면서도 "작년에는 현금배당과 주식배당을 같이 단행했지만, 올해는 현금배당만 실시해 금액상 차이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난 2010년도에 배당을 한 이후로 주주 가치를 고려해 지속적으로 배당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증권(016360) 역시 수탁수수료 감소로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지만, 보통주 1주당 650원의 현금을 배당키로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483억6390만원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2290억357만원으로 전년대비 21.3%나 감소했고, 당기순이익도 1573억원으로 8.3% 줄었지만, 보통주 1주당 배당금(700원)과 배당금 총액(520억6062만원)은 각각 7.1%씩 감소하는데 그쳤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삼성증권은 30% 수준의 배당성향을 유지해왔다"며 "주주들에게 신뢰를 계속 주기 위해서 올해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동양증권(003470)도 지난해 55억원의 순손실을 냈지만, 전년과 똑같은 보통주 1주당 50원을 배당한다. 배당금 총액 역시 71억7450만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과도한 배당은 주주 잇속 챙기기 오해·기업가치 훼손 우려"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의 영업활동으로 인한 수익을 주주에게 돌려준다는 측면에서 배당금을 높게 책정하는 것은 긍정적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무리한 배당금 지급은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대주주의 배만 불리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동양증권은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레저 등 최대주주가 보통주 지분 25%(2013년 4월30일 기준)을 가지고 있다. 보통주 기준으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약 22억원의 배당금을 가져가게 된다.
한양증권 역시 한양학원 등 최대주주가 보통주 지분 16.29%(2012년 12월31일 기준), 우선주 지분 14.56%를 보유하고 있다. 보통주 기준으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12억8700만원의 배당을 챙기게 되는 셈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주주에게 돌려준다는 측면에서 배당금을 책정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상장사 가운데서는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대주주가 회사의 부를 빼내는 차원에서 배당을 높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배당금 수준이 과도하면 기업가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 유보금을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투자하지 않고, 배당에 치중하는 것은 사업의 기회를 놓칠 우려가 있다는 것.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재무이론 측면에서 기업이 영업이익을 재투자 하지 않고 배당에 치중하면 기업 가치를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며 "과도한 배당으로 투자가 필요할 때 투자를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