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미국 어닝시즌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막판 소매업체 실적이 증시 랠리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어닝시즌, 순익은 괜찮은데 불안 징후 '포착'
14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은 이번 어닝시즌에 대해 기업 순익은 괜찮았지만 매출이 부진하고 향후 이익 전망이 부정적인 기업이 많아 불안한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고 전했다.
리서치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12일까지 S&P500지수 편입 기업의 90%가 실적을 공개한 가운데 예상을 웃돈 순익을 발표한 기업들은 67%로 이전 4분기 평균에 부합했다.
그러나 매출액은 47%만이 예상을 웃돌았다. 이는 지금까지의 평균 62%를 한참 하회하는 수준이다.
순익은 기대를 웃돌았지만 매출이 예상보다 저조했다는 것은 실적개선이 펀더멘털에 의한 게 아니라 구조조정이나 비용 절감 등 일회성요인에 기댔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실제 향후 실적 전망을 공개한 기업 중 부정적인 전망 대비 긍정적인 전망의 비율은 3.55대 1로 집계됐다. 이는 팩트셋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역대 최고인 동시에 리먼사태가 터지기 직전 랠리를 지속했던 2007년 당시 2.38대1을 크게 웃돌았다.
경제전문 매체 월스트리트 피트는 “이번 어닝시즌에서 기업들이 예상에 부합하는 실적을 공개했지만 이익 성장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가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마트 등 소매업체 실적 '주목'
어닝시즌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면서 투자자의 관심은 이번주에 발표되는 소매업체들의 실적에 집중되고 있다.
미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하는 만큼 소매업체들의 실적은 향후 미국 경기와 실적 전망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매판매 등 경제지표는 들쭉날쭉한 흐름이었다. 3월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0.5% 감소했으나 4월에는 0.3%감소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0.5% 증가한 것.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번 시즌 소매업체 실적이 보다 정확한 경기상황을 반영해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중 16일 실적을 발표하는 월마트는 순이익이 1164억2000만달러, 주당 1.15달러로 전년 같은기간의 1.09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1분기 매출이 0.3~0.5%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백화점 체인인 메이시는 1분기 순이익이 63억9000만달러, 주당 53센트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노드스트럼은 순이익 28억달러, 주당 순이익은 전년 70센트에서 올해 76센트로 개선될 것을 예상된다.
반면, JC페니는 1분기 주당 손실이 86센트로 전년 같은기간 손실 25센트보다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데보라 웨인스위그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소매업체 실적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면서도 “급여세 감면 종료를 비롯한 세금 인상등이 판매실적에 뚜렷한 영향을 줬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자료=리테일매트릭스
◇美소매업계 실적..증시 조정 '빌미'될까
이에 따라 어닝시즌 후반에 발표되는 소매업계 실적이 오히려 증시 조정의 빌미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아담 파커 모건스탠리 스트래티지스트는 “향후 이익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그렇지 않은 기업이 세 배 이상 높다"며 "그 만큼 회사 경영진이 전망하는 실적에 비해 시장의 기대치가 높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몇 년간의 실적 개선이 비용절감 등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더 이상 지속가능한 성장률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조만간 투자자들의 실망과 함께 지수 조정이 예상된다는 의견이다.
존 허스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어닝시즌이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에서 투자자들은 기업 마진율을 축소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도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향후 4년간 기업들의 실적 위축이 상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