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최재원 부회장(오른쪽)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김준홍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검찰 조사과정에서 최재원
SK(003600)그룹 부회장측 변호인단의 요청에 의해 진술을 번복했다고 진술했다.
김 대표는 최 회장 등과 회삿돈 횡령을 공모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인물이다.
20일 서울고법 형사합의4부(재판장 문용선)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김 대표는 "최 부회장측 변호인단의 요청에 의해 '최 회장의 펀드출자 관여 여부'에 대한 진술을 바꾼 것"이라며 "어리석은 생각일지 몰라도 당시엔 이렇게 크게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 못했다. 회장님을 보호하려는 마음도 있었다. 최 회장님이 펀드 출자금의 선지급금 지급에 관여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과대포장이니 삼가해 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이 '그렇다면 펀드 출자금 선지급금 450억을(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에게 )송금한 주체는 누구냐'라고 묻자, 김 대표는 "저는 최 회장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최 회장이 보낸 거라고 생각했다. 최 부회장도 당연히 같이 보내는 걸로 알았다"고 답변했다.
재판장이 '누구를 위해 450억원을 송금 한거냐'고 묻자, 김 대표는 "최 회장을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평소 최 회장 형제와 김 전 고문의 관계에 비춰볼 때 (김 전 고문에게 450억)송금하는건 당연히 최 회장 형제의 의사에 따라 보내는 걸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김 전 고문이 최 회장을 만나러 가기 전에 전화로 '펀드 출자하면 500억을 쓸 수 있냐'고 물었고, 이에 '선지급을 받으면 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검찰은 "2008년 10월 24일에 김 회장으로부터 펀드 출자와 관련해 전화를 받고, 27일에서야 최 회장을 만나 펀드 출자액에 대해 구체적으로는 처음 이야기한건데, 국내 재계 서열 4위인 SK그룹의 오너가 '펀드 내줄게'라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어떻게 김 전 고문에게 선지급을 해줄 생각을 하고 찾아갔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김 대표는 "김 전 고문이 최 회장에게 찾아가보라는 이야기를 듣고 최 회장을 만나러 갔다. 두 분(최 회장과 김 전 고문)이서 어느 정도 (선지급금에 대해)이야기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 변호인은 '이 자금의 거래가 김 대표와 김 전 고문간 개인적인 거래 내역이 아니냐'고 재차 물었지만, 김 대표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날 김 대표는 항소심 재판부에 "1심 재판 과정에서 사실대로 말하지 못해 후회된다. 항소심에서는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고해성사하는 심정으로 임하겠다"며 "모든 것을 내려 놓는 심정으로 진실만을 이야기하겠다"는 취지로 탄원서를 제출했다.
앞서 김 대표는 1심 재판의 증인신문 과정에서 "최 회장이 김 전 고문에게 450억원을 송금하도록 지시했다는 검찰 진술은 사실이 아니다"며 "2008년 10월 말경 최 부회장의 요청으로 이자를 받고 자금을 대여한 것일 뿐이다. 최 회장으로부터 펀드출자와 자금 선지급을 지시받은 적은 없다"고 진술을 번복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이에 대해 김씨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면서 진술을 번복하기 시작한 것이라며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앞서 최 회장은 2008년 10월 말 SK텔레콤, SK C&C 등 2개 계열사에서 선지급 명목으로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또 계열사 임원들에게 매년 성과급(IB)을 과다 지급해 돌려받는 방식으로 2005~2010년 비자금 139억5000만원을 조성해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도 포함됐다.
최 부회장은 이 자금을 선물옵션 투자를 위해 김준홍 베넥스 대표를 통해 국외 체류 중인 김원홍씨에게 송금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반면, "최 회장은 전혀 몰랐고, 내가 베넥스 펀드 자금 송금에 관여했다"고 주장해온 최 부회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