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가에게 듣는다)퇴직연금 `양`보다 `질`..영세사업장 `주목`

③윤제호 우리은행 연금신탁사업단 상무 "3년내 가시적인 성과"

입력 : 2013-05-24 오후 4:05:24
[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개인적으로 올해를 우리은행 퇴직연금 활성화의 원년으로 삼고자 합니다. 제가 이 자리를 떠나고 우리은행 퇴직연금이 정상에 올랐을 때 그 바탕에는 꾸준함과 진정성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지난 20일 우리은행 을지로 본점에서 만난 윤제호 우리은행 연금신탁사업단 상무의
(사진제공=우리은행)
바람은 '소박'한 듯 들렸지만 결코 작지 않았다. 그의 미소는 부드러웠지만 눈빛에서는 퇴직연금 시장의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강한 의지와 자신감이 엿보였다.
 
◇당장의 이익보다 미래 먹거리에 집중
  
당장 눈앞의 이익만 좇아가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할 때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의 인생철학이 담겨있음이 느껴졌다.
 
사실 퇴직연금 시장에서 우리은행은 선두주자가 아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가입자 적립금 규모는 운용관리 기준 신한은행이 6조2634억으로 가장 많았고 국민은행이 6조863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우리은행은 5조2223억원으로 3위에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은 자신감이 넘친다. 적립금 규모는 뒤쳐져있지만 다양한 만기구조를 가진 정기예금 등 고객 맞춤형 상품을 바탕으로 가입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윤제호 상무는 "지난달 기준으로 30인 미만 퇴직연금 가입고객이 지난해 말보다 4.5% 늘었다"며 "기업규모가 작아서 금액으로 따지면 크지 않지만 가입고객 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퇴직연금연구소를 설립해 고객의 퇴직연금 운용을 지원하고 있다. 또 퇴직연금 거래내역과 수익률 현황이 통장에 표시되는 해피라이프 평생통장을 통해 고객이 자산관리 현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퇴직연금 통장을 출시해 1만8000명의 고객이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확정금리를 제공하는 해피라이프 개인형 퇴직연금(IRP) 정기예금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금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 더 높은 금리로 연금을 수령할 수 있어 가입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윤 상무는 "금액 기준으로는 우리가 세 번째지만 자행(自行), 계열사를 통한 퇴직연금 유치 등을 빼고 실제 고객기반으로 따져보면 은행간 퇴직연금 규모는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과 1, 2위 은행간 적립금 규모가 8000억~9000억원 가량 차이가 나는 것처럼 보여도 해당은행 직원 및 계열사를 통해 유치한 퇴직연금을 제외하면 실제 차이는 4000억원 수준으로 좁혀진다는 것이다.
 
윤 상무는 퇴직연금 사업 방향을 "30인 미만 사업장 공략"이라고 밝혔다.
 
◇"늦어도 5년내 성과..우리은행 성장세 돋보일 것"
 
그는 "우리의 장기 목표는 30인 미만 사업장의 퇴직연금 고객을 늘리는 거예요. 이런 소기업이 중소기업이 되고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텐데 그러면 가입자도, 적립금액도 늘어나지 않겠어요?"
 
그는 자신 있게 말을 이어갔다.
 
"빠르면 3년, 늦어도 5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거예요. 앞으로 퇴직연금 가입자, 적립금 규모 모두에서 우리은행의 눈에 띄는 성장세를 확인하게 될 겁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1월말 기준 국내 151만9850개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13.6%에 불과하다. 500인 이상 사업장은 96.4%(1247개)가 퇴직연금에 가입한 반면 30인 미만 사업장의 도입률은 12.3%(17만8012개)에 그쳤기 때문이다.
 
정부가 소규모 사업장까지 퇴직연금 도입 확대를 유도하고 있는 만큼 향후 30인 미만 사업장의 퇴직연금 가입률 상승이 예상된다.
 
우리은행은 30인 미만 사업장 확보를 위해 다음달부터 영업점의 퇴직연금 평가 방법을 바꿀 계획이다.
 
윤 상무는 "올 하반기부터 영업점 평가시 퇴직연금 부문은 과거 금액(적립금)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 가입고객 수에 가중치를 부여해 합리적인 평가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규고객을 얼마나 유치했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그는 "적립금액이 큰 사업장 1곳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립금 규모가 작더라도 여러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며 "공단 등 소규모 사업장이 밀집한 지역은 여러 사업장을 모집해도 적립금이 많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적립금뿐만 아니라 고객수도 충분히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상무는 현재 퇴직연금 시장의 출혈경쟁을 지적하며 향후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앞으로 퇴직연금 사업 규모가 작은 곳은 계속 사업을 끌어가기 어려울 겁니다. 금융지주 산하 은행 4곳과 대기업 계열 생명보험사 1곳, 증권사 1곳 정도만 남지 않을까 싶어요."
 
그는 이미 SC·씨티은행이 작년에 퇴직연금 사업에서 철수한 만큼 앞으로도 한동안 금융사업권별 지각 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퇴직연금 분야는 전산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 규모가 작은 증권사들부터 퇴직연금 시장에서 손을 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우리은행 미래먹거리 준비" 보람
 
윤 상무는 화려하고 주목받는 부서의 수장이 아님에도 자신을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자평했다.
 
"우리나라 퇴직연금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퇴직연금 도입 후 지난해까지 총 적립금이 67조원을 넘었는데요, 지난해 1년 동안만 적립금이 35% 늘었습니다. 올해도 작년보다 13조원 정도 증가해서 적립금이 80조원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까요?"
 
그는 잠시 호흡을 고른 후 설명을 이어갔다.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따져보면 아직도 국내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앞으로 퇴직연금 규모가 GDP 대비 80% 수준까지 성장한다면 지금보다 약 10배 커지는 600조원대 시장이 될 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죠. 그런 분야를 맡고 있어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윤 상무의 마지막 한 마디는 더없이 소박했지만 강렬했다.
 
"우리은행의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으니 저는 운이 좋은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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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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