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송주연기자] 우리금융의 빠른 매각을 위해서 부담이 큰 일괄매각보다 분리매각론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수차례의 민영화 실패 과정을 지켜봐온 업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분리매각 방식으로는 어려울 것이라며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지난 25일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 마련을 위한 '끝장토론' 끝에 우리금융 계열사 중 경남·광주은행만 먼저 떼어내 분리매각 하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았다.
◇인수자 부담 줄인 인적분할 통한 분리매각 유력
우리금융을 통째로 파는 일괄매각을 추진할 경우 10조원 가량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만큼 마땅한 인수자를 찾기 어렵다는 이유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공자위는 일괄매각을 추진하다 실패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열사를 나눠서 인수 비용을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분리매각을 통해 인수자의 부담을 덜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
특히, 분리매각 시에도 인수자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인적분할 방식으로 추진 될 것으로 보인다.
인적분할은 우리금융의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을 우리금융에서 떼어낸 후 예보가 보유한 지분율인 57% 만큼만 각각 매각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예보가 매각대금을 바로 회수할 수 있으므로 조속한 공적자금 회수가 가능하다.
우리금융이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을 직접 매각하는 물적분할 방식을 선택할 경우 인수자는 각 은행의 지분을 95% 이상을 사들여야 하기 때문에 인수자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따라서 우리금융의 조속한 매각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황석규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우리금융 매각은) 단계적으로 분리매각을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 것”이라며 “지방은행의 경우 예보가 직접 매각대금을 회수할 수 있는 인적분할이 공적자금을 가장 빨리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공자위가 분리 매각을 검토한 것은 매수자 자금 부담을 낮춰 민영화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서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우리투자증권을 분리 매각한 후 우리금융 민영화가 순차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정부 쟁점화·증권 분리여부 등 고민
하지만 공자위의 이같은 분리매각 추진방향에도 금융권에서는 벌써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최근 정치권과 금융노조를 중심으로 지방은행을 지역에 돌려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돼 왔으며, 광주은행의 경우 지역 상공회의소 등을 중심으로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꾸준히 밝혀왔다.
하지만 경남은행은 부산은행과 대구은행, 경남자치단체 등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어 자칫 과거 '동남권 신공항 사태'와 같은 지역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동남권 신공항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공약으로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이 과도한 유치 경쟁을 벌이다 결국 무산된 바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지난 공자위에서는 지방은행 분리매각이 지역과의 유착에 따른 부실가능성과 지역갈등 우려로 인해 적절치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자칫 지자체와 정부간에 쟁점화 될 경우 매각작업이 요원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두 지방은행을 분리매각한 다음 수순으로는 우리금융 주력 자회사인 우리은행을 파는 일이 된다. 우리은행은 우리파이낸셜, 우리아비바생명 등 남아있는 자회사와 함께 패키지로 합병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덩치가 큰 우리투자증권만 따로 파는 분리매각 방식도 제기되고 있다. KB금융이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탐내왔고 증권가에서도 매리트 있는 매물이기 때문이다.
공자위도 가장 고민이 되는 부분이 우리투자증권의 분리매각이다. 우리투자증권을 따로 매각해 우리금융의 덩치를 더욱 줄일 수 있지만 여타 계열사들의 매리트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경쟁사들은 비은행 강화를 위해 우수 계열사인 우리투자증권에만 군침을 흘린다"며 "우리투자증권을 분리매각하면 우리금융 가치(주가)가 반토막 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공자위는 내달초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을 추가로 논의할 예정이다. 최근 내부 토론에서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안건을 만들고, 다시 회의를 소집해 좀 더 구체적인 방향성을 도출할 계획이다. 내달말까지 민영화 방안을 확정하면 이르면 7월 중 바로 매각 공고가 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