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검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소위 권력기관 출신 인사들이 대기업 사외이사로 진출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기업경영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올해 주주총회에서 새로 선임된 20대 그룹 상장사 사외이사 94명 중 30%가 넘는 29명이 이들 3개 사정기관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을 포함한 각종 부처 관료 출신 사외이사까지 더하면 그 수는 절반을 넘는 51명에 달한다.
법조계, 국세청, 공정위 출신을 모두 포함한 관료 출신의 신규 선임 사외이사는 총 51명으로, 전체 94명 중 54.3%를 차지했다. 2013년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인 지난해 말 38.9%와 비교하면 그 비중이 15.4%포인트 크게 높아졌다.
부처별로는 검찰, 법원 등 법조계 출신이 17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국세청 9명, 공정위 3명 순이었다. 이들 3개 부처 출신 외에 나머지 관료 사외이사는 청와대, 국무총리실, 국가정보원, 기획재정부, 감사원, 고용노동부, 금융감독원, 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 등 거의 모든 부처에서 1~2명씩 배출됐다.
반면 학계, 재계, 언론 출신 사외이사 비중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학계 출신은 올해 25명이 선임돼 수적으로는 가장 많았지만 전체 신규선임자 대비 비율은 26.6%로 줄어들었다. 작년 말 전체 사외이사 가운데 학계 출신 비율은 34.6%로, 올 들어 비중이 8%포인트 낮아진 셈이다.
신규 선임자를 합친 20대 그룹 총 사외이사 수는 작년 509명에서 올해 489명으로 20명 줄었다. 경기침체에 따른 구조조정 여파로 일부 그룹의 계열사 수가 줄어들었고, 한 사람이 2개사 이상 사외이사직을 맡을 수 없게 한 상법 개정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룹별로는 삼성 사외이사가 58명으로 가장 많았다. 58명 중 학계 출신이 35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관료 출신이 15명으로 뒤를 이었다. 관료 중에서는 법원, 검찰 등 법조계 인사가 9명으로 압도적이었다.
현대차는 총 43명의 사외이사 중 학계 출신은 19명에 불과했다. 반면 관료 출신은 22명에 달했다. 특히 세무와 공정위 출신이 각각 8명, 7명을 차지했다. 20대 그룹 중 세무와 공정위 출신 사외이사가 가장 많이 포진해 눈길을 끌었다.
◇20대 그룹 신규 사외이사 출신 비중 추이 현황(자료제공=CEO스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