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 14년來 최저

7개월 연속 1%대 안정세..정부 "디플레이션 아냐"

입력 : 2013-06-03 오후 12:50:44
[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국내 소비자물가는 안정세를 보이는데 소비지출은 줄어들고 저축은 많이 하는 이상한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월대비 0%,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0% 상승하는데 그쳤다.
 
전년동월비 상승률로 계산하면 지난해 11월 이후 7개월 연속 1%대를 유지한 안정적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특히 ‘상승률 1.0%’는 1999년 9월 0.8%를 기록한 뒤 가장 낮은 수치다.
 
 
<자료제공: 통계청>
 
 
◇물가는 지극히 안정적인데..
 
소비자 물가가 이처럼 안정세를 보인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동시에 작용했다.
 
정부는 무엇보다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떨어진 게 물가 안정을 주도했다고 풀이했다.
 
실제 농산물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8% 하락했다.
 
지난달 보다 채소(9.0), 과일(1.3), 곡물(0.3) 등 농산물 전반의 물가가 골고루 떨어진 것도 눈에 띈다.
 
석유류 역시 지난해 같은 달 보다 7.4% 떨어졌고 전월 대비 하락세도 확대되는 양상(1.8→2.6)이다.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덩달아 서민생활과 밀접한 생활물가 역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2% 상승하는 데 그쳤다.
 
특히 ‘0.2%’란 수치 자체는 생활물가를 기록하기 시작한 1996년 이후 최저치라는 게 통계청 설명이다.
 
심지어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지난해 같은 달 보다 1.6% 상승해 1%대 안정세를 나타냈고, 그동안 체감물가 상승을 주도했던 신선식품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9% 떨어지는 등 하락세로 전환했다.
 
근원물가가 물가의 장기적 추세를 보여주는 지표라는 점에서 정부는 향후 물가 역시 당분간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농산물 작황에 영향을 미칠 만한 기상이변이 최근 없었던 데다 국제 원자재 가격도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지출 줄고 저축은 늘고, 왜?
 
문제는 소비자물가가 지극히 안정적인데도 소비자는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앞서 통계청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올해 1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1분기 소비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09년 1분기 이후 4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한 것이다.
 
특히 식료품과 비주류음료 같은 필수 소비재 지출마저 3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기도 했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서 식료품과 비주류음료 물가가 전월대비 0.8% 하락하고 전년 동월대비 0.5% 상승한 데 그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정리하면 정부가 발표하는 물가동향과 체감물가가 따로 놀고 있거나 물가 안정세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는 불안한 심리에 지갑을 닫고 있단 의미가 된다.
 
그만큼 체감경기가 안 좋다는 설명이 가능한데 실제 이같은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저축능력을 보여주는 흑자액(소득-지출)이 1년 전보다 10.8%나 늘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올해 1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소득에서 지출을 뺀 흑자액은 1분기 84만8000원을 기록했다.
 
정부는 일단 물가 하락과 경제활동 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디플레이션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김보경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이번에 소비자물가가 하락한 원인은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 하락이 크게 작용했다"며 "이 둘은 대외적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디플레이션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또 체감물가와 이번 지표가 차이나는 이유에 대해 "지난해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 상승률이 워낙 컸기 때문에 기저효과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상승률 자체가 떨어져도 체감 물가는 높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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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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