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는 9일 '우리나라의 규제현황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정권마다 규제 완화를 말했지만 실제로는 규제가 증가했다며 규제내용부터 관리시스템까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보고서를 통해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집권한 정권들은 규제개혁을 외쳐왔지만 실제로는 규제가 증가했다"며 "(대표적 규제완화 정책을 편)MB정부에서도 지난 2009년 1만1000개 수준에서 2012년 말 1만4000여개로 규제가 30%가량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2012년 말 1만3914개에 이르렀던 규제 수는 올 5월30일 기준으로 1만4796개로 증가했다"며 "모두 882개의 규제가 순증가했고,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는 공정거래와 노사, 하도급 등 경제민주화를 앞세운 각종 규제입법이 줄줄이 대기 중"이라고 우려했다.
규제가 많아지다 보니 국가경쟁력 비교에서 규제경쟁력이 세계 최하위로 우리나라 국가경쟁력 순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전경련의 주장이다.
실제 WEF(World Economic Forum)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기준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19위지만, 정부규제 부담 순위는 117위를 기록했다. 또 IMD(International Institute for Management Development) 국가경쟁력 순위 역시 올해 기준 전체순위는 22위지만 기업관련 법규 분야의 경쟁력은 39위를 기록했다.
◇WEF와 IMD가 조사한 국가경쟁력과 정부규제 부담(기업법규 부담) 순위 변동추이(자료제공=전경련)
전경련은 우리나라의 규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모든 규제의 내용을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하고, 규제관리 시스템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경련은 우선 현행 1만4000여개 규제의 타당성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 변화에 뒤쳐진 규제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규제 등은 과감하게 폐지하거나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신설되는 규제에 대해서도 일몰제 적용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며, 특히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서는 산업의 진입을 제한하는 규제를 집중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원입법에 대한 규제영향 평가를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전경련은 "의원입법에 대한 규제영향평가를 도입하는 국제추세를 감안해 의원입법에 대해 정부입법에 준하는 규제영향평가 시스템을 우리나라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규제비용 총량 관리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비용 총량 관리제란 신규규제 도입시 증가되는 규제비용을 측정해 동일한 비용을 발생시키는 기존 규제를 폐지하는 경우에만 규제신설을 허용하는 규정이다.
전경련은 "영국의 경우 지난 2010년 후반 이 제도를 도입해 2011년 상반기에만 약 32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우리나라도 규제비용 총량 관리제 도입에 대해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