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국민대통합 심포지엄' 절반의 성공

'전경련의 쇄신?'..보수-진보계 인사 초청 첫 토론회 개최

입력 : 2013-05-29 오후 4:00:15
[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재계 입장만을 대변키 위해 보수 인사들만 중용해 온 탓에 '반쪽 토론회'로 비판 받아온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올 들어 처음으로 보수와 진보 측 인사들을 균형감 있게 선발, 국민대통합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쇄신 요구에 불통으로 일관했던 전경련이 지난 3월 쇄신안을 내놓은 이후 처음으로 진보계 인사들을 초청해 토론회를 마련한 것이다. 전경련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국민대통합 심포지엄'을 열고, 일자리·노사 문제와 동반성장을 주제로 학계와 노동계, 경영계 등 각계 각층의 의견을 고루 청취했다.
 
이날 토론회는 일자리·노사를 주제로 한 1세션과 동반성장을 주제로 한 2세션으로 마련됐으며, 각계 전문가가 관련 분야의 국내 현황과 정책, 앞으로 필요한 정책적 변화 등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고 자유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전경련은 29일 여의도 전경련 대회의실에서 우리 경제의 핵심 갈등요인으로 떠오른 일자리 창출과 노사관계, 동반성장에 대한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국민대통합 심포지엄’을 개최했다.(사진제공=전경련)
 
◇전경련, 첫 진보계 인사 초청 토론회
 
이번 행사에서 가장 눈에 띈 점은 기존 토론회와의 차별성이었다. 전경련 산하인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들과 재계를 대변하는 전문가만을 초청해 한쪽 방향의 입장만을 전달했던 것과는 달리 노동계 인사 등 다양한 전문가들을 초청한 것.
 
'전경련 해체론'을 주장했던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이 축사를 했고, 정문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책본부장과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본부장 등 노동자와 중소기업 입장에 서 있는 전문가들이 토론회에 발제자와 패널로 참석했다.
 
첫 세션에서는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문제가 최대 쟁점이 됐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정부는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정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부작용도 유발시키고 있다"며 ▲청년의무고용할당제 ▲정년연장 ▲비정규직 및 사내하도급 규제강화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정책을 그 예로 들었다.
 
변 실장은 "근시안적인 정책적 접근으로 인해 청년의무고용할당제는 무책임하고 불완전한 정책이 됐다"며 "또 정년연장은 오히려 고용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고 정규직 노조의 기득권 강화로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비판했다.
 
◇'국민대통합 심포지엄'에서 변양규 한경연 거시정책연구실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전경련)
 
금재호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용률을 제고하려면 창조경제를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가 토론 후 참석자들로부터 "추상적이고 구체적인 설명이 없는 발표였다"고 뭇매를 맞기도 했다.
 
'노사정 대타협'을 주장했던 김동원 고려대 교수는 발표 중 노조를 '강경세력 노동운동 하시는 분들'이라고 표현, 토론자로 참석한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으로부터 "표현이 부적절하다"며 "엄연하게 민주노총, 한국노총이라는 공식 명칭이 있는데 토론자리에서 모호한 기준으로 '강경'이라고 말하는 건 옳지 않다"는 지적을 들어야만 했다.  
 
◇김종진 연구위원 홀로 빛난 일자리·노사문제 토론회
 
주제별 발표에 이어진 토론에서는 이형준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과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조영길 아이앤에스 법무법인 대표변호사,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이 패널로 참석했다.
 
앞서 세 명의 패널이 준비해온 토론문을 읽으며 자신의 의견만을 제기한 데 반해 마지막 패널로 나선 김종진 연구위원은 세션 발표 내용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꼼꼼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주장에 따른 근거도 명확했으며, 반론도 이끌어내는 등 토론회 분위기를 한층 열띠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전경련이 초청하는 토론회 자리에 참석할 지 말지 많이 주저스러웠다"고 말문을 연 김 연구위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편향적인 나와 다른 얘기를 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토론회에 참석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곧 이어 "국민대통합 심포지엄이라면 사회적 상식에 맞는 얘기들이 오가야 하는데 발제자들의 얘기는 객관적인 팩트가 아닌 다른 수치들을 들어가며 설명하는 잘못된 내용이 많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법적으로는 비정규직을 2년하면 정규직으로 전화돼야 하는데 예외조항들이 생기면서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슬기롭게 풀지에 대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용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정부 목표에 대해서도 김 연구위원은 "지금 수준에서 고용률 70%를 달성하려면 여성과 청년, 장년 일자리 확충밖에 방법이 없다"며 "주로 시간제 일자리로 확충하게 될텐데 이러한 일자리가 서구 선진국만큼이나 안전망이 전제된 일자리인지에 대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일자리와 노사문제를 주제로 한 1세션에서 토론하고 있는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사진=곽보연기자)
 
◇'좌우 균형 맞추기는 했으나'..여전히 미흡
 
전경련이 쇄신 차원에서 준비한 이날 토론회는 진보계 인사들을 초청하는 등 새로운 시도는 좋았지만 여전히 보수 입장에 치우친 토론회였다는 평가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단국대 법학과 원인석군은 "이런 자리를 마련함으로서 학생들이 다양한 연구원, 교수님들을 만나 소통할 수 있게 된 부분은 좋았다"며 "다만 오늘 토론회는 좌우 균형을 맞추는데 부족한 면이 있었다"고 꼬집었다.
 
실제 이날 1세션에 참가한 8명의 발표자와 토론자 중 진보를 대표하는 인사는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과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2명에 그쳤고, 나머지 6명 참석자는 한경연과 경총 등 대표적인 보수단체 인사들로 채워졌다.
 
2세션에서도 치우침 현상은 여전했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과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 등 2명의 인사만이 진보계를 대표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준비하며 진보계 발표자와 토론자를 섭외하는데 난항을 겪었다"고 토로한 뒤 "진보쪽 인사들을 초청해 토론회를 진행하는 게 처음이다 보니 노력은 많이 했지만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동반성장을 주제로 했던 2세션에서는 김민정 미래소비자포럼이사와 정규재 한국경제 논설위원, 두 분의 교수 등 소비자와 언론, 학계를 대변할 수 있는 분들을 고루 초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을 모두 마친 후 김종진 연구위원은 기자와 만나 "전경련이 다양한 의견들을 좀 더 들을 필요성이 있다"며 "객관적으로 한국의 현황을 보고 중장기적 목표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심포지엄을 계속해서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첫 참석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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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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